- 2015년 42기 KBS 공채 100% 합격 신화-
이선미 스피치랩 대표,  아나운서 500여명 탄생시킨 스피치 장인
지난 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42기 KBS 신입 아나운서 공채 선발인원에 남녀 한 명씩 단 두 명이 통과됐다.

아나운서 공채를 뚫고 합격한 두 명의 신입 아나운서들은 같은 학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해가 갈수록 취업의 문이 좁아지는 가운데서도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곳은 45년 스피치의 장인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미디어 스피치 전문교육기관인 이선미 스피치랩이다.

◆꾸준한 연습과 기본기가 합격의 열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타고난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에요. KBS 박소현 아나운서는 기본기를 닦는 데 게을리 하지 않은, 말 그대로 ‘연습벌레’였어요. 단 하루도 학원을 빠지지 않았고 심지어 시험에 떨어진 날에도 나와 연습에 몰입했어요.”

역 대 최소인원을 뽑았던 지난해 KBS 공채에서 이재성 아나운서와 함께 좁은 문을 통과한 박소현 아나운서의 노력은 이미 학원시절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여기에 이선미 대표가 꼽은 또 하나의 노력형 인재는 2005년 KBS 공채에 합격한 조수빈 아나운서다.

이선미 스피치랩 출신의 스타 아나운서들은 김주하, 김지연, 이정민, 김윤지, 이지연, 이성배, 김민정 등을 비롯해 2016년 MBC에 합격한 김준상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아나운서의 기질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발음을 틀리고 더듬대며, 때론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카메라 앞에서 ‘멘붕’이 된 상태로 얼어붙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초보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이선미 대표의 가르침을 통해 훌륭한 아나운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소수정예 수업으로 수천 대 1 경쟁률 뚫는다
이선미 대표가 방송에 데뷔한 것은 지난 1970년 동아방송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동아방송시절, 그녀의 대표작으로 <이선미의 여성살롱>을 꼽을 수 있다. 수많은 사람과 인터뷰하며 방송의 진수를 알게 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10년 후 방송이 통폐합되면서 KBS로 자리를 옮긴 이 대표는 <이선미의 문화살롱>을 맡으며 최초의 문화예술전문진행자로 활약한다.

<문화살롱>의 DJ를 맡은 그 5년간의 시간이 방송인생 28년 중 가장 행복했고 성취감을 느낀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후 불교방송 개국과 함께 아나운서 부장 및 편성제작국장 등을 역임했다. 그녀가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가르친 것이 지난 1988년부터였으니 28년의 교육기간을 합쳐 무려 45년 인생을 아나운서 일을 하고 가르치는 데 온 열정을 바쳐왔다.

“동아방송에 다닐 당시는 라디오가 뉴스의 주요한 창구역할을 했던 시대였죠. 유능한 라디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입사 후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겪었는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은 처음 1년 동안의 수습기간 덕분이에요.”

그래서인지 이선미 대표의 수업은 철저하기도 소문이 나있다. 아무리 사소한 스피치 연습이라도 발음의 세기와 쉼표, 말의 속도, 억양, 표정관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교정해주고 있으니 수강생들은 평상시 긴장감 높은 수업에 단련됨으로써 실제 면접에서 떨지 않고 편안하게 스피치를 이어가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6명 내외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1대 1 개인레슨을 하듯 수업하는 ‘소수정예 맞춤형 커리큘럼’은 스피치랩의 큰 장점. 이런 수강생들이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아 수백, 수천 대 1의 경쟁률 뚫고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

“아나운서 공부를 시작하고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보통 2~3년이 걸려요. 대부분의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TV화면에 적합한 외모나 신뢰감 가는 표정과 목소리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을 TV 화면에 익숙한 모습으로 가꾸는 데 부단히 노력해야 하죠.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졌을 때 그때부터 방송국 이곳저곳의 문을 두드릴 수 있어요.”

수많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1년 동안 공부하며 취업하지 못한 것을 상심한 나머지 꿈을 포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선배 아나운서들은 최소한 2년 이상의 준비를 거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이선미 대표는 들려준다.

“30년 동안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가르치며 단번에 취업한 사례는 김주하와 김지연 아나운서 등 고작 몇 명뿐이었어요. 사실 김주하 아나운서는 영화배우처럼 얼굴이 예쁘지 않은데다 목소리마저 중저음이라 내가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학원을 다니면서 무척 고민해왔어요. 오히려 그런 핸디캡이 그녀를 타고난 아나운서로 이끈 매우 특이한 경우죠.”

하지만 잊어선 안 될 것은 아무리 재능이 출중한 김주하라 할지라도 기본기를 닦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피치는 물론 미디어 글쓰기 연습을 통해 대본이 없어도 멘트를 술술 소화할 정도의 역량을 키움으로써 당당히 메인뉴스 앵커가 될 수 있었다.

◆새롭게 열리는 대기업 취업문
아나운서에게 글쓰기가 무슨 소용일까, 하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방송인에게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나운서와 앵커, 기자, PD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현재의 방송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선 글쓰기를 기초로 모든 영역을 소화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KBS 양영은 기자는 처음 학원에 왔을 때만 해도 크게 눈에 들어오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매우 진지했고 열정적이었죠. 결국 그런 꾸준한 노력이 그녀를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한 밑바탕이었습니다. 최근 주요 뉴스의 앵커들 대부분이 기자 출신들로 점령된 것을 보면 보직의 멀티 플레이어는 이미 일반적인 추세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추세에 가장 선두주자로, 제자인 양영은 기자가 활약하고 있어서 더할 수 없이 기쁘죠.”

보직의 멀티 플레이어는 취재, 리포터, 앵커 등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하는 지방방송에서 더욱 요구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경제, 스포츠, 문화 등 전문채널이 확대되면서 애초부터 앵커 겸 기자를 뽑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에서 아나운서 교양을 쌓은 직원들을 선호하면서 미디어 스피치는 더 이상 아나운서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샐러리맨들의 공통 스펙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은행이나 항공사, 대기업 홍보실에선 미디어 스피치를 익힌 인재들을 선호해왔어요. 이들은 각자 현장에서 프레젠테이션과 방송, VIP를 상대로 브리핑을 하며 초고속 승진의 길을 걷고 있어요. 훈련을 통해 기본적인 스피치 능력만 갖추어도 남들에겐 없는 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되는 것이죠.”

최근 아나운서 모집이 줄면서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선미 대표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오랫동안 힘겹게 준비해온 아나운서 과정이 TV화면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는 훌륭한 스펙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