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모네 '생라자르역, 기차의 도착'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기차와 역사는 근대 산업화를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산업화의 중심지인 도시로 밀려들었지만 대다수는 그 도시에서 구름처럼 뿌옇게 떠돌았다. 클로드 모네는 기차역을 화폭에 담아 당시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뿐만 아니라 ‘근대’라는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장면)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1877년 어느 날 그는 프랑스 파리의 생라자르 역장을 찾아 “오랫동안 파리 북부역을 그리려고 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생라자르역이 더 특색이 있는 것 같다”며 작품 구상을 설명했다. 역장은 모네의 요청을 들어줘 기차를 멈추게 했고, 시시각각 변하는 기관차의 수증기를 그릴 수 있도록 기관차에 석탄을 가득 채워주기도 했다. 모네는 며칠 동안 역을 거처로 삼아 그림에 매달렸다. 그래서 태어난 작품이 ‘생라자르역’ 시리즈다.

증기로 이뤄진 색색의 소용돌이를 관통하는 빛의 찰나를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구름은 술과 마약 같다’고 말한 시인 보들레르의 시적 상상력을 기차역을 통해 시각예술로 연출한 것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