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는 기획 초기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 제작사 NEW는 2대 주주인 중국 드라마 제작기업 화처미디어와 함께 이 드라마에 총 13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하기 위해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신문출판방송총국의 심의 기준에 내용을 맞추고, 100% 사전제작을 택했다.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와도 손잡았다. 장위신(張語芯) 아이치이 판권제작센터 대표는 “중국 시장의 상황과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드라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NEW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업과 협업한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내용을 바꾸다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KBS 월화드라마 ‘무림학교’가 그런 사례다. KBS는 당시 “새로운 한류 패러다임을 제시할 ‘킬러 콘텐츠’로 기획했다”며 반(半)사전제작 드라마를 내놨다. 아이돌그룹 유키스 출신인 중국인 알렉산더 등 다국적 방송인들을 캐스팅했다. 좋아하는 여학생을 중국에 데려가기 위해 무림학교에 입학한 중국 재벌 2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 중국 무술영화를 연상시키는 액션 장면도 연출했다. 드라마는 배우들의 서툰 연기력, 개연성이 느슨한 이야기 등이 발목을 잡으며 시청률이 2%대까지 추락해 지난 8일 조기 종영했다.

일각에서는 대만의 선례를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은 한때 ‘판관 포청천’ ‘꽃보다 남자’ 등 유명 드라마로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이끌었다. 중국 시장이 커지자 창작진과 연예인 모두 중국 시장 위주로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중국 자본은 콘텐츠 제작 인력과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했다. 대만 문화계가 중국용 콘텐츠만 내놓자 중국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심드렁해졌고, 중국 자본은 아예 철수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한국 제작사가 중국의 거대 자본을 활용해 다양한 장르의 질 높은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지만, 창작권을 100%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은 한국 문화콘텐츠가 중국을 공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에 휘둘리다 문화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