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잠수교를 물에 잠기게 만든 까닭
서울 잠수교는 왜 잠기게 만들었을까. 1976년 개통한 잠수교는 교통이 아니라 안보를 목적으로 건설한 다리였다. 유사시 쓸 다리이므로 긴급 상황에서 건너가는 기능에 집중해 홍수 수위보다 낮은 교각을 세워 공사 비용을 크게 줄였다. 대신 1년에 한 번 있을 장마에는 한강 물에 잠기게 놔 뒀다.

《신뢰의 발견》은 목영만 건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가 31년간 공직에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공무원과 공공시설이 존재하는 이유를 구체적인 예시와 상황을 들어 밝힌 책이다. 저자는 “잠수교와 마찬가지로 가로등과 신호등 같은 공공시설도 ‘존재의 이유’에 맞게 설치한다면 세금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며 “한 방향으로 고정되기 쉬운 공직자의 시각을 다각적으로 바꿔주는 것이야말로 공직 개혁의 요체”라고 말한다. 그는 “정부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공직자와 국민 간 시각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며 “공적인 봉사자의 역할을 하는 공직자의 업무 목표는 오롯이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현장의 중요성도 일깨운다. 그는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은 정책 내용과 현장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