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2016 한경 신춘음악회가 18일과 19일 부산과 서울에서 잇따라 열렸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2016 한경 신춘음악회가 18일과 19일 부산과 서울에서 잇따라 열렸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어린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이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파블로 데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하는 내내 관객은 숨을 죽였다. 트레몰로(떨듯 연주하는 주법)와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하는 주법), 플레절렛(고음 주법) 등 다양한 바이올린 주법을 한데 모은 곡이다. 이수빈은 신기 어린 보잉(활 놀림)으로 현란한 기교를 소화해냈다. 마지막 선율을 연주한 활이 공중으로 치켜올라가자 장내는 뜨거운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경제와 문화의 가교’를 기치로 출범한 한경필이 처음 연 신춘음악회였다. 금난새 한경필 음악감독은 2010년부터 매년 ‘한경 신춘음악회’를 이끌었지만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였다. 금 음악감독은 “한경 신춘음악회 무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한경필과 함께 서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봄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생상스부터 요한 슈트라우스, 드보르자크와 사라사테까지 다양한 작곡가들의 널리 알려진 작품이 총집합했다.

금 음악감독은 지난해 9월 한경필 창단 때 “이 사회, 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오케스트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그는 두 10대 음악가와의 협연 무대를 꾸려 신춘음악회에 의미를 더했다.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16)과 이투랄드의 ‘페퀴에나 차르다’를 협연한 색소포니스트 김태현(17)이 그들이었다. 뛰어난 연주실력을 선보인 두 음악가에 대해 금 음악감독은 “잘 알려진 콩쿠르 입상 여부와 관계없이 기량을 갖춘 어린 연주자들에게 협연 무대를 마련해주는 것도 한경필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기대보다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 두 음악가가 고맙다”고 말했다.

금 음악감독은 지난달 한경필의 현악주자 11명으로 구성된 현악합주단 ‘한경신포니에타’를 이끌고 독일 베를린으로 첫 해외연주회를 떠났다. 카이저빌헬름기념교회에서 열린 이 연주회는 독일로 유입된 난민을 돕기 위해 기획한 자선음악회로, 한경필은 공연 당일 현장에서 모금활동을 벌여 수익금을 전액 독일 난민 지원단체에 기부했다. 금 음악감독은 이날 “음악회를 연 하루 동안 모금액이 8250유로(약 1080만원) 넘게 모였다”며 “한경필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에도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부산 대연동 부산문화회관에서 첫 지방공연을 마치고 올라왔지만 이날 신춘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에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금 음악감독은 “부산 지역에서의 호응이 커 고무적”이라며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장에는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성철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보영 기자 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