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서전에 20만명 몰려…저자·독자 만남 주선한 게 성공 비결
“문화는 프랑스의 심장이며, 그 중심에 문학이 있습니다.”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파리도서전(사진)을 방문한 오드리 아줄레 프랑스 문화장관은 주빈국관인 한국관을 찾아 “파리도서전의 성공 비결은 책을 향한 국민의 사랑 덕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6~20일 열린 파리도서전은 20여만명의 관람객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루며 아줄레 장관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파리도서전은 저작권 거래 중심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런던도서전에 비해 규모는 조금 작지만 저자와 독자가 어우러지는 ‘책 잔치’임을 확인시켜줬다.

도서전이 실질적으로 시작된 17일 오전 10부터 초·중·고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각 출판사 부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전시 서적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작가들을 만났다. 한 초등학생은 작가 이름 20개 쓰기, 전시된 책 종류 살펴보기 등의 과제가 적힌 종이를 들고 다니며 전시장 곳곳을 살폈다. 어릴 적부터 책과 함께 노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 독서 습관을 기르게 하는 셈이다.

성인 독자들은 좋아하는 출판사를 찾아 저자로부터 사인을 받았다. 전시회 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욤 뮈소, 피에르 르메트르 같은 유명 작가들이 사인회를 열었다. 책에 사인만 받고 떠나는 한국 사인회와 달리 저자와 독자가 서로 몇 분씩 이야기를 나눴다. 뒤에 줄을 선 사람들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출판사 부스 곳곳에선 독자에게 책을 추천하는 편집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랑스 최대 규모 출판사 갈리마르의 편집자 로베르토 야야 씨는 “온라인 주문이 훨씬 편한데도 시간과 돈을 들여 도서전을 찾은 독자들을 위해 출판사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내 마련된 10여곳의 특별 공간에선 다양한 출판·문학 관련 토론회가 시간마다 열렸다. 황석영, 이승우, 김영하 작가 등 초청받은 한국 작가 30명도 주빈국관 및 프랑스국립도서센터(CNL)가 준비한 특설 무대에서 현지 작가, 평론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파리=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