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정여울의 공부예찬…"독서는 세상 살아가는 힘"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40·사진)는 인문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독자와의 만남을 좋아해 많은 곳에서 강연하는 그는 국악방송 라디오의 책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정씨의 책 공부할 권리(민음사)는 그가 걸어온 지적 탐험의 결과물이자 책을 통해 인생의 고비를 넘긴 고백이다. 마르크스에서 지그문트 바우만까지, ‘리어왕’에서 ‘이방인’까지 이어지는 독서 경험을 인생에 녹여냈다.

15일 전화로 인터뷰한 그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새롭게 시작한 공부야말로 인생의 공부였다”며 “단순한 서평이 아니라 인생의 화두와 관련 있는 책을 통해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소개할 수 있는 ‘추천도서’ 대신 자신이 살아오며 마주친 인생의 갈림길과 그때의 경험에 맞는 책을 소개한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 정씨는 같은 대학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은 절대로 모범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석사과정에 진학할 때만 해도 부모님은 제가 실용적인 공부를 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렸죠. 그런데 왜 이 공부를 포기할 수 없는지 스스로 묻자 그때 공부에 대한 욕심이 커졌어요.”

문학은 물론 철학 심리학으로 관심의 폭을 넓힌 그는 “철학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밖에서 바라보는 문학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혼자 공부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이 경험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스스로 공부를 해나가며 자존감이 강해지는 걸 느꼈어요. 삶의 고통이나 장애를 이겨낼 힘이 생긴 것이죠. 처음에는 의무로 한 공부가 이제는 나만의 권리가 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씨에게는 여행도 공부다. 그는 “많은 사람이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으려는 듯 소비적인 여행을 떠나는 것과 달리 바깥세상의 규칙을 몸으로 접하며 살아있는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에게 유럽 여행서로 알려진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홍익출판사)도 그에게는 공부의 결과물이다.

정씨의 ‘공부 예찬’이 이어졌다. 그는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정보는 굉장히 많아졌지만 지식은 줄고 있다”며 “자신이 문장으로 쓸 수 있고, 이야기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식”이라고 강조했다.

공부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그는 ‘소리 내서 읽을 때 아름다운 우리말’을 주제로 책을 쓸 계획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저도 어느새 외래어·외국어를 자주 쓰고 있더군요. 아름다운데도 잊혀지고 있는 우리말을 되돌아보고 되찾고 싶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