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멘·필리피·이수경 씨 작품전
내달 6일까지 아트사이드에서
색의 왈츠…프랑스 추상화 엿볼까

사각형 화면에서 환희와 그리움이 새어 나온다. 싱그러운 설렘까지 담고 있다. 색은 뒷걸음질 치고 선은 달려온다. 새로운 존재들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생명이 샘솟는다. 유럽의 정체성을 화면에 담아 온 프랑스 중견 화가 장 마르크 톰멘(51)의 대표작 ‘붉은 사각형’은 이처럼 생동감 있고 화려하다.

톰멘을 비롯해 올리비에 필리피(49), 재프랑스 화가 이수경 씨(49) 등이 참여한 ‘프랑스 추상화 3인전’이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플러스 이퀄 마이너스(+=-)’라는 철학적 부제와 함께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이들이 10점씩 모두 30점을 내놓았다. 단색화(모노크롬)부터 색면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개성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최근 프랑스 추상미술의 프리즘을 감상할 수 있다.

유럽의 모노크롬운동에 동참한 톰멘은 손놀림과 색감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회화로 표현해왔다. 초기에는 인간 내면에 역점을 두면서 형태와 색감의 균형을 모색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다채로운 필체로 화면을 장악하면서 마음속의 움직임을 잡아내 유럽 화단에 새롭게 부각된 ‘색의 선율’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격정적인 몸짓에서 우러난 선들은 감각적이면서도 리듬감이 살아 있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선의 굵기에서는 속도감과 시간성이 느껴진다.

필리피는 점진적인 색채의 변화, 절제된 색면 분할로 회화의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무한히 확장된 공간을 추구한다. 그의 대표작 ‘검정’ ‘오랜지색’ ‘노란색’ ‘청색’은 절제된 색채와 대비되는 필선으로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강렬한 색면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꾀하면서 ‘유럽 단색화의 힘’을 보여준다.

프랑스에 20년 넘게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는 ‘무(無)’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색채와 선, 면으로 풀어낸다. 파리의 에콜 드 보자르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의 작품은 생각과 의식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행위를 다양한 색채와 선, 면으로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젊은 시절 경험한 동양철학을 무표제 음악처럼 풀어내 다소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유자재의 경지에서 형이상학적인 ‘색의 왈츠’를 빚어낸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는 “추상화 감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무엇을 그렸는지 알고자 하기 때문”이라며 “답을 얻지 않아도 되고 마음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것을 안다면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725-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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