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경기 남양주시 닥터만 콘서트홀에서 제498회 닥터만 금요음악회 ‘라 트라비아타의 밤’이 펼쳐지고 있다. 왈츠와닥터만커피박물관 제공
지난달 26일 경기 남양주시 닥터만 콘서트홀에서 제498회 닥터만 금요음악회 ‘라 트라비아타의 밤’이 펼쳐지고 있다. 왈츠와닥터만커피박물관 제공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왈츠와닥터만 커피박물관의 박종만 관장(57)은 2006년 레스토랑을 증축해 커피박물관을 세웠다. 이를 기념해 뭔가 뜻깊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커피가 문학·음악·미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적 ‘공생관계’라는 점에 착안했다. 국내 살롱음악회의 대표주자 격인 ‘왈츠와닥터만 금요음악회’가 열리게 된 배경이다.

2006년 3월3일 첫 공연을 시작한 이 음악회가 11일 500회를 맞는다. 지난 10년간 매주 금요일 저녁 정통 클래식 연주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이 덕분에 클래식 음악 팬과 연주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꽤 높아졌다. 규모는 작지만 국내외 콩쿠르 우승자와 중견 음악가들의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름이 났다.

500회 ‘특집음악회’에는 닥터만 콘서트홀과 인연을 맺은 음악가들이 출연한다. 1부에서는 메조소프라노 김순희와 바리톤 정지철, 피아니스트 이예슬이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카르멘’ ‘돈조반니’ 속 아리아를 들려준다. 2부에서는 현악 앙상블 이상희앤프렌즈가 페터 하이드리히의 ‘생일축하’ 등을 포함해 세 곡을 연주한다. 3부에서는 소프라노 박성희와 피아니스트 백지은이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 김주원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등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이 무대에 선 연주자는 1500여명. 그간 어려움도 많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 연주회 초청에 음악가들은 난색을 보였다. 매주 연주자를 섭외하느라 고군분투했다. 어렵사리 섭외한 연주자가 “대규모 홀에서 공연이 잡혔다”거나 “컨디션이 안 좋다”고 취소하면 대체 연주자를 찾느라 속앓이를 한 적도 적지 않았다. 관객이 10명도 되지 않은 적도 많았다. 현악사중주단을 초청해 연주자는 네 명인데 관객은 세 명뿐인 적도 있었다. 그래도 금요음악회를 열지 못한 건 지금까지 단 한 번뿐이다.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연주자도, 관객도 참석이 어렵다고 해 ‘10년 개근’ 기록이 깨졌다.

박 관장은 좋은 연주자를 초청하기 위해 빚까지 얻어 약 1억3000만원짜리 스타인웨이앤드선즈 피아노(A-188)를 들여놨다. 처음 5회까지는 스타인웨이의 중고 피아노를 썼는데 아무리 들어도 원하는 소리가 아니어서 새로 마련했다.

왈츠와닥터만 콘서트홀은 클래식 콘서트에 맞게 설계된 공간은 아니다. 평소 커피박물관으로 활용하다가 금요일 저녁에 의자 100개를 배치해 공연장으로 꾸민다. 박 관장은 “매번 의자를 가져오고, 다시 갖다 놓으니 11일이면 직원들이 의자를 1000번째 옮기는 셈”이라며 웃었다.

500회를 맞는 감회를 묻자 그는 “연주자와 청중에게 감사하다”며 “처음부터 음악회 해설을 맡아 준 만화가 신동헌 화백이 특별히 고맙다”고 했다.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명예관장인 신 화백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유명하다. 박 관장은 클래식 공연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공연을 펼치는 공간은 많으니까 분명한 색깔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1000회도 기대해 달라”고 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