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립중앙박물관 직원이 도자기 보존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국립중앙박물관 직원이 도자기 보존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3년 신라 금관총에서 발굴한 지 80여년이 지난 대도를 꺼내놓고는 이 칼을 찬 주인공을 이사지왕(爾斯智王)이라고 발표했다. 수장고에 있던 이 유물을 과학기술을 통해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사지왕’이라고 적힌 글자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사지왕 대도라 이름 붙여진 이 칼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문화재 보존과학 역사 40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를 8일부터 두 달 동안 특별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선 보존과학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대표적인 문화재 57점과 문화재 재료 및 제작 기술 등과 관련한 전시 보조물 60여점을 선보인다.

197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존기술실을 신설할 때만 해도 국내에선 과학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유물의 실체를 확인하고 보존·복원하는 보존과학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직원 두 명이 박물관 사무실 한쪽에 책상 하나를 두고 핀셋과 확대경, 샘플용 접착제만으로 보존기술 업무를 시작했다. 이듬해 엑스선 투시기, 자외선램프, 현미경 등 기자재를 갖추며 한국 보존과학의 역사를 시작한 보존기술실은 이제 직원 30명이 근무하는 보존과학부로 바뀌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기마인물형 토기(국보 91호), 금동관음보살입상(국보 127호),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사리외함(보물 366호) 등 보존과학 초창기에 이뤄진 국보급 문화재 복원 과정을 실물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사지왕 대도를 비롯해 봉수형 유리병(국보 193호), 용 구름무늬 주자 등 최근 첨단 기법을 활용해 복원된 문화재의 보존처리 과정도 볼 수 있다.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존처리실을 재현한 공간이 나온다. 단순히 장소만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존과학부 전문가들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외국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