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문화콘텐츠 비즈니스 가치 높여라
근접무선통신(NFC)으로 태블릿PC에 전달되는 임무수행 밀지를 들고, 조선시대 장터를 연상케 하는 공간에 숨겨진 힌트를 찾아 풀면 관직이 올라가는 놀이 ‘승경도’는 조선시대 승경도 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미디어 퍼포먼스 벤처기업 ‘닷밀’은 담양 죽녹원에 영상, 조명, 레이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밤의 숲’이란 색다른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인형극 작가 문수호 씨는 한국 전통 소재인 ‘수궁가’를 체코 인형극과 결합해 한국적 풍자와 해학, 판소리의 독특한 음색이 잘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문화창조융합센터가 지난 1년간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함께한 결과물이다. 전통 소재와 ICT의 결합, 관광콘텐츠와 ICT의 결합, 판소리와 체코 인형극의 만남 등 콘텐츠에 대한 재해석과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들이다.

문화창조융합센터는 각자 내공을 쌓아오던 문화 창작자와 전문 멘토, 콘텐츠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 영화, 음악, 공연, 게임, 기술, 금융 전문가 100여명으로 멘토단을 꾸려 300여건의 멘토링을 진행했고, 3만3000여명이 센터를 다녀갔다. 문화창작자 육성을 위해 민관이 함께한 사례로 알려지면서 해외 관련 전문가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년간 현장에서 젊은 창작자를 만나면서 몇 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창작물에 물처럼 모든 것을 녹여 융합할 수 있는 힘과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도하지 않은 즉흥적 협업을 시도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열린 사고를 가진 멘토와 멘티의 협업도 즐겁게 이뤄졌다. ‘연결’을 통한 협업, 이를 통한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젊은이들에게 일상이므로 새로운 연결을 맛볼 수 있는 좀 더 다양하고 시끌벅적한 장터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문화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융합은 단순히 기술적 요소, 흔히 ‘문화기술’로 불리는 요소의 형식적 결합 형태 그래서 실험적이었던 시대는 이미 넘어서고 있다. 다만, 세계인들이 한류콘텐츠와 기술적인 부분을 높이 사 한국 브랜드에 프리미엄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이를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지난 1년간 많은 가능성을 보기도 했지만,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이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아직은 규모가 작은 탓이겠지만 젊은 창작자나 문화벤처가 자신의 콘텐츠 가치를 비즈니스로 승화시키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우리 문화콘텐츠를 핵심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문화는 공적인 역할이 상당해 이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문화콘텐츠가 신성장동력으로서 기능하려면 이를 사업으로 보고 도전하는 문화벤처와 창작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가속장치도 요구된다.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올 한 해 문화콘텐츠라는 제품으로 시장과 소비자를 만나게 하는 가속장치 기능을 발휘하도록 주력할 방침이다.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의 액셀러레이터 기능, 전문 멘토링 프로그램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문화 실크로드’라는 말이 있다. 문화가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끼 많고 재능 많은 한국인이 만들어내는 문화는 더욱 그렇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문화산업의 영향력도 이미 경험했다. K팝 덕분에 짧으나마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도 쉽게 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정책 개선부터, 문화콘텐츠 벤처와 창작자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강화까지 모두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명신 < 문화창조융합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