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 "피아니스트보다 예술가로 불리고 싶어요"
프랑스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25·사진)는 지난해 제15회 차이코프스키콩쿠르가 끝나고 1위보다 더 유명한 4위가 됐다. 일반적인 ‘음악 영재’들과는 판이한 삶의 궤적 때문이다. 피아노를 처음 시작한 것은 열한 살 때였다. 부모가 이혼해 조부모와 함께 살던 그는 피아노 교습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악보도 볼 줄 몰랐다. 모차르트부터 라흐마니노프까지 전부 귀로 듣고 외워서 쳤다. 열일곱 살 땐 피아노 연주를 그만뒀다.

본격적으로 다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이 돼서였다. 정식 교육을 받은 지 4년 만에 3대 국제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콩쿠르에서 입상한 것이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는 25~28일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2016 평창겨울음악제’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23일 서울 서초동 야마하홀에서 만났다.

그는 독특한 성장 배경만큼이나 자기주장이 강한 ‘괴짜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콩쿠르로 이름을 알렸지만 “스스로 피아니스트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로 운을 뗐다.

“피아니스트보다는 음악가, 음악가보다는 예술가로 불리는 것이 좋아요. 제가 되고 싶은 것은 ‘저 자신’입니다. 하루 10시간씩 연주하는 것은 적성에 안 맞아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할 시간이 필요하죠.”

열일곱 살 때 피아노를 그만둔 뒤에는 파리의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문학을 공부했다. 록밴드에서 베이스기타를 치기도 했다. 영화도 많이 본다. 셰익스피어, 발자크,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작가와 장뤼크 고다르, 모리스 피알라 등의 감독을 좋아한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해야 연주할 때 “의미를 전부 전달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피아니스트이자 배우, 라디오 제작자까지 다양한 삶을 살았던 글렌 굴드(1932~1982)가 그의 ‘롤 모델’이다.

“모든 음악은 그 자체로 완벽한데, 오히려 연주를 하면서 완벽함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일생 동안 일종의 ‘실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달달 외운 음악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즉흥적인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요.”

콩쿠르에는 두 번 나갔다. 2014년 우승한 아딜리아 알리예바 국제피아노콩쿠르와 작년 차이코프스키콩쿠르다. 그는 두 번 다시 콩쿠르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작업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공연도 해야 하고…. 대상을 타고 싶지 않냐고요? 어떤 콩쿠르에서 대상을 탄다고 제 삶이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아요.”

평창겨울음악제에서는 26일 도미니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A장조 K208과 소나타 A장조 K24, 모리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를 선보인다. “‘밤의 가스파르’에는 어둡고 질척질척한 정서가 있어요. 깔끔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아니죠. 스카를라티 곡을 연주할 땐 즉흥적 요소를 살릴 생각입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