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드가 '몸단장하는 여인'
“나는 영감, 충동, 흥분을 잘 모른다. 똑같은 주제를 열 번, 때로는 100번 이상 반복해 그린다. 그림에서는 그 어떤 대상도 우연처럼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는 이처럼 감정 표출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대상을 반복해서 그리곤 했다. 풍경보다 인물에 치중한 그는 인상주의가 주목하던 자연 채광보다는 인공조명의 효과를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1885년께 완성한 이 그림은 젊은 여성의 고독한 일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누드화다. 마치 사진을 찍듯 내려다보는 각도에서 빗질하는 여인의 뒤태를 리얼하게 포착했다. 인공조명으로 더욱 밝아진 살구색 등줄기는 물론 오른쪽 침대 쪽으로 살짝 드리운 그림자까지 빠른 붓놀림으로 섬세하게 그렸다. 벌거벗은 등과 앉아 있는 포즈, 비좁은 공간만으로도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짐작하게 한다. 어쩌면 평생 독신으로 산 화가 자신이 늘 고독했기 때문에 힘들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