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기러기 한줄 - 문인수(1945~)
하루 사이에 양달의 눈들이 녹는다. 눈 녹는 것이 신기하다. 눈 위에 찍힌 그 첫발자국도 길게 먼저 녹는다. 발자국을 통해 기러기 한줄 본 사람, 그 기러기의 여정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 그 눈 다 녹고 없다. 아니 그 눈은 물이 되었으므로, 냉이 뿌리를 간질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감(感)이라는 건 어쩌면 이 봄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다. 봄이 오는 쪽으로 꽃나무들이 일제히 그림자를 비트는 게 보인다. 잘 보인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