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조르주 쇠라의 '서커스'
“어떤 사람은 내 그림에서 시(詩)가 보인다고 하지만, 내게 보이는 건 과학뿐이다.”

한평생 과학을 벗 삼아 예술에 빠져 살다간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1859~1891)가 생전에 즐겨 한 말이다. 인상주의 화법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그는 빛의 프리즘을 통해 새어 나오는 작은 색점을 활용한 점묘화 기법으로 유럽 화단에 큰 족적을 남겼다. 쇠라의 점묘화는 화려한 ‘빛의 미학’으로 주목받던 인상주의를 단번에 낡은 장르로 만들어 버렸고, ‘신인상주의’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렸다.

1891년에 제작된 이 그림은 물리학을 비롯해 광학, 기하학을 색채 미술에 응용한 신인상주의 화풍의 대표작이다. 쇠라는 이 작품을 미완성인 채로 앙데팡당전에 출품했으나 전시회가 끝나기 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결국 완결하지 못했다. 마상 쇼를 벌이는 여성의 동적인 모습을 중심으로 관객과 서커스 단원들이 화면을 장악하고 있다. 수많은 색점을 찍어 명암과 질감을 살려냈다. 부분이 전체가 되면서도 작은 소재들의 특성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서로 소통을 꾀한다. 생전에 ‘예술은 하모니’라고 했던 쇠라의 말이 실감 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