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좇는 사람들의 '핏빛 탐욕'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맨부커상 2013년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세계 출판계는 놀라움에 휩싸였다. 수상자가 단 두 작품을 쓴 28세 여성 작가였기 때문이다. 엘리너 캐턴(31·사진)은 1985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뉴질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24세에 쓴 데뷔작 ‘리허설’로 각종 상을 받으며 재능을 드러냈고 이후 《루미너리스》(다산북스)로 맨부커상 47년 역사상 최연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소설은 1866년 금을 캐 돈을 벌겠다는 꿈을 품고 뉴질랜드로 넘어온 영국 청년 무디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는 새로운 섬에 도착한 날 호텔 흡연실에서 수상한 모의를 하던 12명의 남성과 마주친다. 갑자기 사라진 젊은 갑부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매춘부 이야기에 무디는 저도 모르게 미스터리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비밀이란 언제나 새로운 우정을 강화시켜주게 마련이고, 그건 비난할 만한 공통된 외부인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크라운호텔에 모였던 남자들은 우리가 이미 본 것처럼 공통된 믿음으로 뭉친 게 아니라 공통된 불안으로 단합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불안은 주로 외부를 향하고 있었다.”(작품 중)

각자 예전에 살던 보금자리를 떠나 한가닥 희망을 품고 모인 사람들은 탐욕과 거짓으로 서서히 망가져간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12가지 별자리 속성에 맞게 묘사하면서 정교한 플롯으로 골드러시 시대에 인간이 품었던 헛된 꿈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19세기 말 풍경을 그리면서 고답스럽지 않고 빠르게 이어가는 이야기 흐름이 인상적이다.

로버트 맥팔레인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은 “이 작품은 소설의 정석을 보는 듯 기본에 충실하고 완벽한 구성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선정했다”며 “방대한 세계를 그리면서도 흐트러짐이나 불필요한 부분이 없다”고 호평했다. 1권 528쪽 1만4500원, 2권 675쪽 1만5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