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재선임·후임자 선임 못 하면 공석 우려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외압논란이 부산 영화산업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영화관련 2개 조직의 위원장 임기가 이달 만료되는데 재선임이나 후임자 선임 여부를 결정할 정기총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부산시는 이달 24일과 25일에 각각 예정했던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산영상위)와 부산국제영화제(BIFF) 정기총회 일정을 잠정 보류했다고 13일 밝혔다.

오석근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과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 임기는 각각 2년과 3년인데 이달 2월까지다.

임기가 끝나는 2월 중에 이들의 재선임이나 후임자 선정을 위한 정기총회를 못 하면 앞으로 두 조직의 수장 자리는 공석이 될 수 있다.

정기총회 일정이 보류된 이유는 협찬금 중개수수료 회계 집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둘러싼 부산시와 BIFF조직위의 대립에서 비롯됐다.

부산시는 감사원 요구에 따라 이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BIFF조직위 등 영화계는 2014년 영화제 당시 '다이빙벨' 상영으로 마찰을 빚은 이 집행위원장을 물러나게 하고 BIFF를 길들이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고도 재선임을 할 것인지, 정치적 의도의 본색을 드러냈다는 비판 속에 후임자를 정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기총회가 안 열리면 지난해 7월에 BIFF 공동집행위원장이 된 강수연 씨가 혼자 BIFF를 이끌어야 한다.

이를 두고 20년간 쌓아온 아시아 최고 영화제라는 명성을 강씨 혼자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BIFF 측과 견해차를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정기총회가 난장판이 될 수 있어 일정을 쉽게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똥은 부산영상위로 튀었다.

부산시 산하의 유일한 영화 관련 기관인 부산영상위는 이달 중에 정기총회를 못 하면 운영위원장 공석 상태를 맞는다.

부산의 각종 영화 관련 사업 기획과 추진은 물론 촬영 지원과 스튜디오 제공 등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그동안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은 영화감독이나 배우가 맡아 전문성과 영화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차기 운영위원장에 서병수 시장의 측근이 내정됐다는 소문까지 돌아 조직 내부는 물론 지역 영화계가 우려하고 있다.

내정설의 당사자인 A씨는 서 시장의 선거 캠프에 참여한 데 이어 부산시의 민간인 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부터 부산영상위를 이끈 오 운영위원장과 달리 영화계 경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는 "부산은 2014년 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에 선정되는 등 영화를 통해 도시의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며 "작금의 사태는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pitbul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