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전략적 제휴는 중국 콘텐츠시장에서 기업 간 거래(B2B)가 아니라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이 열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상징적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에는 ‘차이나 머니’가 꾸준히 흘러들어왔다. 드라마 ‘프로듀사’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8월 홍콩 종합미디어 기업인 DMG그룹으로 바뀌었다. 배우 김수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의 2대 주주는 중국 인터넷기업 소후닷컴이다. 하지만 음원을 사간 사례는 없었다. 소비자가 돈을 지급해야 하는 음원시장은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B2C 시장이지만 중국에서는 불법다운로드가 성행해 시장 자체가 제대로 없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EXO의 홍콩 공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EXO의 홍콩 공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중국 국가신문출판방송위원회가 불법 콘텐츠 유통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음원·동영상·게임 저작권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사이에서 유료 콘텐츠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은 음원·동영상 분야의 온라인 유료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러브콜’을 보내온 건 알리바바뿐만이 아니다”며 “지금까지 중국 음원시장은 P2P 불법다운로드가 성행하던 2000년대 국내 상황과 비슷했으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분야 B2C 유료시장에 가장 먼저 대응하고 있는 곳은 알리바바그룹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7월 알리뮤직을 세우고 음원 유통과 보급을 동시에 맡아 온라인 음악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료 스트리밍 플랫폼은 연내에 시작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영화 계열사 알리바바픽처스, 동영상 포털 사이트 유쿠투도 등도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픽처스는 지난해 10월 한류스타 김수현 주연 영화 ‘리얼’에 투자하고 중국 내 배급을 맡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앞서 국내 5대 음원사이트 중 하나인 소리바다는 지난 2일 중국 ISPC에 보통주 200만주와 경영권을 1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소리바다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인 윌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소리바다도 소속 연예인을 활용한 콘텐츠를 중국에 유통할 계획이다.

국내 음악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SM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 제휴를 시작으로 다른 기획사들도 중국 IT기업과 비슷한 형태의 제휴를 잇달아 추진할 것”이라며 “13억 중국 인구가 직접 돈을 지급하는 콘텐츠시장이 열리면 한국 음원·동영상을 유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