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제에 요우커 16만명 한국 온다 >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를 앞둔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춘제에 요우커 15만6000여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춘제에 요우커 16만명 한국 온다 >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를 앞둔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춘제에 요우커 15만6000여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올해 정부가 내세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유치 목표는 지난해보다 25% 많은 800만명이다. 하지만 이들을 인솔하는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 가운데 한국인은 드물다. 10명 중 2명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여행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우커 유치 실적 상위 30위의 전담여행사 가이드 가운데 84%는 중화권 출신이었다. 중국 동포를 포함한 중국 국적자가 75%, 대만 국적자가 9%였다. 한국인 가이드는 16%에 불과했다.

◆현장 가이드 40%가 무자격자

[요우커 가이드의 민낯] 한국인은 '시팅가이드' 역할…무자격 중국 동포가 쇼핑 '강권'
그나마 자격증이 있는 경우는 낫다.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중국어 가이드 중 40%가량은 무자격 가이드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가 지난해 말 중국어 가이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 이상이 스스로 무자격자라고 답했다. 조사 과정에서 거짓으로 응답한 경우를 포함하면 무자격 가이드 비율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가이드가 부족해서 자격증이 있는 중국 동포나 무자격 가이드를 쓰는 것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이 있는 사람은 9613명. 올해 요우커 800만명이 온다고 할 때 이 중 40%인 320만명은 단체관광객으로 예상된다.

가이드 한 사람의 적정 안내 인원이 20명이고, 한 달에 단체 4개팀(2박3일 기준)을 맡는다고 할 때 1년에 최대 960명을 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는 연간 약 3330명의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가 필요하다. 현재 유자격자의 40%만 활동해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벌금 등 단속 위험에도 불구하고 무자격 가이드를 많이 쓰는 것은 초저가 관광상품과 그에 따른 쇼핑 매출 때문이다. 제주의 한 중국 전담여행사 대표는 “저가 관광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더니 지난해 겨울 시즌 대비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다”며 “저가 상품 매출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가이드의 쇼핑 유도 능력은 자격증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 가이드는 ‘단속 회피용’

감언이설이 쇼핑의 기술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중국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달리는 한국인 가이드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가이드 자격증을 따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한 여행사가 단속 회피용으로 채용하는 ‘시팅가이드’로 일하는 사례도 많다.

시팅가이드는 관광객을 태운 버스에 그저 앉아만 있으면 된다. 이들의 역할은 단속이 있을 때 나서서 가이드 자격증을 보여주는 것. 여행사는 시팅가이드에겐 가이드 본연의 일을 맡기지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시팅가이드는 관광객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함께 있지만 존재감이 없는 ‘유령’ 같은 존재다.

시팅가이드로 일하는 한모씨(34)는 “2년을 준비해서 시험에 합격했지만 경험이 없는 한국인 출신을 뽑는 여행사가 없다”며 “단속대비용으로 앉아 있으니 경력을 쌓지 못해 취업이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완우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사무국장은 “생업으로 일하는 무자격자를 포함해 유학생 등 부정기적으로 일하는 이들까지 합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무자격 가이드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초저가 상품을 근절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전담여행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자관리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관광 일정, 가이드 이름, 관광객 명단, 투숙 호텔 등의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버스, 미팅보드에 부착하도록 해 관광경찰이나 단속반이 QR코드만 확인하면 비전담여행사와 무자격 가이드 등을 보다 쉽게 가려낼 수 있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팅가이드 등은 단속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하반기까지 가이드 자격증에 집적회로(IC)칩을 탑재해 변조가 어렵게 하는 동시에 단속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저가 방한 상품이 많은 여행사는 2년마다 이뤄지는 갱신평가 때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