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KT 등 대기업도 군침…아프리카TV도 진출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이 성장하면서 MCN 사업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1인 창작자들이 판도라TV 모바일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이 성장하면서 MCN 사업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1인 창작자들이 판도라TV 모바일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지상파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시청자와 영향력을 지닌 1인 미디어가 늘고 있다.

관련 시장이 성장하며 이들을 관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 역시 증가세다. 1인 미디어 기획사라고 불리는 MCN, 이들이 꿈꾸는 미디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1인 미디어는 그동안 방송 콘텐츠보다 볼거리가 없다거나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일부에선 선정적 방송에 ‘별창(별풍선을 얻기 위해 선정적인 방송을 하는 BJ를 지칭하는 비속어)’이라는 차가운 시선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이제는 취미를 넘어 하나의 직업이 됐고 산업이 됐다. 1인 미디어와 관련된 산업은 어느덧 대기업까지 탐낼 만큼 매력적인 시장으로 성장했다. 1인 미디어의 발전은 TV와 라디오 등 기존 매스미디어에서 모바일과 동영상으로 콘텐츠 축이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14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13~18세 청소년 1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조사한 결과 1위에서 5위까지 모두 유튜브(YouTube) 스타들이 차지했다는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1인 미디어가 대중화되고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뜻이다.

1인 미디어는 2000년대 후반 모바일 대중화에 따른 동영상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며 크게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판도라TV와 아프리카TV 등이 1인 방송 시대를 열었고 이어 유튜브가 글로벌 시장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방송 시대를 TV 1.0, 디지털 케이블 방송 시대를 TV 2.0, 모바일과 1인 방송의 등장을 TV 3.0으로 구분한다.

그동안 오로지 개인이 제작, 홍보했던 1인 방송 시장도 변화가 감지됐다. 1인 미디어들에 기획사가 생겼고 대기업도 투자를 통해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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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창작 지원하고 광고 수익 나눠

가장 적극적인 곳은 CJ E&M이다. CJ E&M은 2013년 7월부터 국내 최초로 MCN 사업을 시작해 게임·음악·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1인 또는 중소 창작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MCN 사업자는 창작자의 방송 제작을 지원하고 광고를 수주해 수익을 배분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연예인들이 소속사를 두고 활동하는 개념과 유사하다.

CJ E&M은 1인 창작자들 간 협업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 제작, 광고 상품 개발, 해외 진출을 위한 자막 등 다양한 지원으로 파트너들의 수익 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14년 11월에는 마포구 서교동에 1인 미디어를 위한 281㎡(85평) 규모의 전용 스튜디오를 오픈하기도 했다.

CJ E&M 다이아 티비(DIA TV) 황형준 본부장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디즈니·타임워너 같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MCN 사업 투자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CJ E&M은 MCN 사업을 통해 1인 창작자들과 협업해 이들의 적성이 직업화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전통 미디어를 보완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CJ E&M은 MCN 사업을 통해 645개 팀의 신규 창작자를 발굴했다(2015년 12월 기준). 이미 알려진 대도서관·쿠쿠크루·영국남자 등 유명 1인 미디어 다수가 CJ E&M의 파트너다. CJ E&M 파트너들의 채널 합산 유튜브 구독자 수는 3600만 명에 이른다. 월간 총 조회수도 8억2000뷰를 돌파했다.

또 CJ E&M은 2015년 4월 약 3억 원을 투자해 파트너를 위한 ‘에코시스템’ 개발을 마쳤다. 에코시스템 안에서는 파트너를 위한 통계 분석과 채널 운영 컨설팅 등이 이뤄진다.

트레저헌터(Treasure Hunter) 역시 MCN 사업 선두 주자다. 트레저헌터는 송재룡 대표와 유명 1인 미디어 양지영(닉네임 양띵) 씨를 중심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이후 진동민(닉네임 악어), 김소진(닉네임 김이브) 씨를 비롯한 게임·뷰티·라이프스타일 중심의 1인 미디어들이 합류했다.

현재 트레저헌터의 채널은 84개다. 자회사 레페리까지 포함하면 150개 채널이 넘는다. 트레저헌터 역시 1인 미디어 지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방송에 필요한 전문 교육과 스튜디오 제공, 콘텐츠 홍보, 저작권 관리 등을 통해 창작자들의 편의를 제공한다.

특히 트레저헌터는 소속 1인 미디어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는 ‘크리마켓(Cremarket)’을 운영하며 수익의 다양성까지 확보하고 나섰다.

아프리카TV도 2014년 MCN 사업에 진출하며 자사 파트너 창작자들에게 유튜브 진출과 대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스포츠 생중계, 증권·게임 등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며 국내 1인 미디어 관련 기업 최초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아프리카TV도 1인 미디어의 수익 확대를 위해 광고 외 방송 이용권 판매, 스티커 꾸미기 등 유료 아이템을 내놓았다. 또 시청자가 1인 미디어에 제공하는 ‘별풍선’을 선물하면 70%를 현금화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판도라TV 역시 1인 미디어들을 위해 자체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1인 미디어 전용 페이지를 개설하고 시청자가 보다 쉽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기 1인 미디어 시상식과 시청자와의 만남, 테마별 채널, 온라인 쇼핑몰과의 사업도 추진 중이다. 특히 글로벌 홍보를 위해 동영상 플랫폼 ‘KM플레이어’를 통해 1인 미디어를 소개한다.

지상파 방송도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 MCN 사업에 뛰어 들었다. MBC는 카카오와 협력해 ‘마이리틀텔레비전’을, KBS는 콘텐츠 다양화를 목적으로 ‘예티 스튜디오’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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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광고가 주 수익…디즈니·드림윅스도 MCN 인수

국내 MCN 사업자들은 시장이 커지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 구성도 추진 중이다. CJ E&M·트레저헌터·유튜브·네이버·카카오 등 MCN 사업자는 1월 21일 임시총회를 거쳐 회장단과 사무총장 등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MCN 산업 생태계를 만들 예정이다.

MCN 협의회 관계자는 “MCN 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질적인 향상을 거듭하는 현시점에서 창작자 양성과 권리 보호, MCN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긍정적 MCN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활동이 설립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 협의회는 추후 디지털 콘텐츠 생산과 유통 전반에서의 정부·민간·학교의 다양한 활동을 돕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MCN 사업이 초기 시장인 것과 달리 글로벌 그룹들은 동영상을 즐기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MCN 사업에 보다 적극적이다.

2013년 5월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은 ‘어섬니스TV’를 3300만 달러에 인수했고 2014년 3월에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메이커스튜디오’를 9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어섬니스TV는 2008년 미국 유명 PD가 설립한 MCN으로,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코미디·리얼리티·음악·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또 1인 미디어에 대한 교육과 스튜디오 제공, 광고 영업 등을 지원하고 있고 약 9만 개의 채널을 관리한다.

메이커스튜디오는 2007년 설립된 MCN으로, 게임·스포츠·음악·패션·뷰티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월평균 65억 회의 동영상 재생 횟수를 기록하며 유튜브 전체 트래픽의 약 5%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MCN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먼저 MCN 사업자와 1인 미디어의 수익 대부분이 유튜브 광고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물론 아프리카TV를 통한 방송에서는 ‘별풍선’이라고 불리는 자발적 시청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역시 대부분의 1인 미디어들에는 먼 이야기다. 또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가학적·선정적 내용이 전체적인 1인 미디어 시장의 질적 하락을 가져온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내외 MCN 사업자들은 기존 방송사·IPTV·모바일 플랫폼 등에 영상을 제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현재 1인 미디어의 주 수요층이 10~20대라는 한계점에 머무르기 때문에 이들이 경제활동을 벌이고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는 10여 년 후까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꾸준한 수익 모델 발굴도 절실하다.

박성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 국내 MCN 산업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산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이나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J E&M과 파트너 관계에 있는 상위 20개 팀의 월평균 수입은 600만 원 선”이라며 “전년 대비 약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MCN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전파진흥협회(RAPA)는 국내 100여 곳의 MCN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