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죽음은 천국으로 가는 문,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소설가 김경욱 씨(45·사진)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다양한 서사 기법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1993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김씨는 소설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장국영이 죽었다고?》(문학과지성사), 장편 《야구란 무엇인가》(문학동네) 등을 내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해왔다.

‘문학사상’ 2015년 4월호에 실린 그의 단편 ‘천국의 문’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을 통해 죽음을 다룬 작품이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11일 이 작품을 제40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권영민 김성곤 김인숙 김종욱 윤후명)들은 “죽음 자체를 해석하는 특유의 시각이 돋보였다”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짧은 시간 속의 세밀한 묘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구성의 능란함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는 “수년간 투병하신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죽음 뒤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소설은 주인공인 ‘여자’가 “아버지가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이전에도 임종을 위해 여러 번 요양병원으로 달려갔던 여자는 우연히 간호사로 일하는 ‘사내’를 알게 된다. 사내는 병 수발로 고통받는 여자에게 죽음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말한다. 어느날 병실에서 여자가 깜빡 잠이 든 사이 아버지는 미소를 지은 채 세상을 떠나고 그는 사내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인간에게는 그 영혼을 육신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혈이 있어요. ‘천국의 문’이라 불리는 그 혈 깊숙이 침을 찔러넣으면 단잠에 빠져 미소를 지으며 저세상으로 가죠.”(‘천국의 문’ 중)

김씨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의 이동이라는 사내의 말에서 제목을 지었다”며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문화가 또 다른 불안과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이설의 ‘빈집’,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 정찬의 ‘등불’,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등 다섯 작품은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작은 300만원씩이다. 수상작품집은 오는 21일 발간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