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 생생 리포트 - 새해 화단 달구는 젊은 '예술전사'들

이용백·마리킴·이강욱·이완·구자동 등 30여명 출동
팝아트부터 사진·영상까지…따끈따끈한 신작 출품
“급변하는 세상과 마주하고 문화적 세례를 받고 자란 한국의 30~40대는 예술의 주요 생산자이자 주력 소비자입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문화적인 열망과 취향, 개성이 분명하죠.” (서양화가 마리킴)

“그동안 실험성이 강한 젊은 작가들은 정보화의 물결이 몰려오면서 새로운 자리를 부여받았습니다. 선배들이 지닌 선동적인 카리스마는 없지만 디지털 세대의 당돌함이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그래서인지 도전정신이 충만합니다.” (추상화가 이강욱)

미술계에서 실력을 다져온 마리킴과 이강욱을 비롯해 양혜규 김소라 이수경 주도양 이완 구자동 이예승 하태범 이광호 등 한국의 30~40대 미술가 30여명의 독특한 손맛이 깃든 신작이 새해 화단의 포문을 연다. 양혜규 김소라 이수경 이용범 등 설치작가는 해외 미술관과 화랑, 현대미술 축제에 초대받아 한국 미술의 위상을 드높일 예정이다.
실험과 도전, K아트 선봉…3040이 뛴다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 가미

오는 13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팝아티스트 마리 킴.

오는 13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팝아티스트 마리 킴.

새해 국내외 화랑과 미술관에는 문화적으로 풍족한 1990년대를 보내고 어느덧 사회 중심축이 된 ‘3040’세대 작가들의 전시가 줄을 잇는다. 이들은 얄팍한 트렌드에 의지하기보다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자기성찰,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까지 가미한 팝아트와 영상설치물, 현대적 수묵화 등 다양한 작품을 들고 나온다.

큰 눈망울을 지닌 ‘아이돌(Eyedoll)’ 캐릭터로 유명한 마리킴은 오는 13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인간의 욕망과 이념 분쟁, 외계인에 대한 관심 등을 묘사한 회화와 네온, 조각, 영상작품 190여점을 선보인다. 호주 로열멜버른공대에서 애니메이션 장르를 공부한 마리킴은 2012년 아이돌그룹 투애니원(2NE1)의 캐릭터와 뮤직비디오 제작, 수많은 상업 브랜드와의 협업 등으로 주목받았다.

실험과 도전, K아트 선봉…3040이 뛴다

이강욱 씨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점에 전격 초대됐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이스트런던 유니버시티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그동안 동·식물의 확대된 세포 이미지를 캔버스에 붙인 뒤 반투명 물감을 여러 번 칠해 희미하게 만들어 마치 우주공간처럼 표현해왔다. 일본에서는 NHK 앵커 출신인 게이 하타 갤러리 드탕 대표가 일본 전시를 주선할 만큼 두터운 애호가층을 형성하고 있다. 오는 3월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세포 같은 미시적 세계와 우주로 대변되는 거시적 세계를 동시에 담아낸 작품, 회화의 본질을 탐구한 ‘제스처’ 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이자 미술가인 백현진 씨는 오는 27일부터 PKM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백씨는 홍익대 조소과를 다니다 보컬로 활동하며 작곡·작사했고 일러스트레이션, 퍼포먼스, 시 창작, 연기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방팝(avant-pop)’의 선구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미술과 음악, 영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내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대에서 공부한 정물화가 구자동 씨는 한국 구상미술의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세밀한 표현 능력을 바탕으로 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한 정물화와 인물화 30여점을 4월 선화랑 개인전에 출품한다.

서랍그림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해윤 씨는 5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현대인의 상처받은 영혼과 희망,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받은 설치작가 이완(10월·플라토), 수묵의 현대적 해석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이예승(2월·아트사이드갤러리), 문자 회화로 잘 알려진 유승호(11월·박여숙화랑), 일상의 공간과 상상의 공간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박상미(7월·이화익갤러리) 등도 개인전에 선보일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젊은 미술’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최근 단색화를 중심으로 해외 미술 애호가들의 ‘입질’이 이어지면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해외 수요층이 자리잡고 있다”며 “한국 젊은 작가들의 차별화한 작품은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홍콩 컬렉터가 작품성이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한 한국 젊은 작가의 작품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미술평론가 김종근 씨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한국적 멋을 잘 표현하느냐가 작품성을 평가하는 잣대”라고 말했다.

양혜규·김소라·이광호 씨 등은 해외에서 전시

해외 유명 화랑과 미술관, 현대미술 축제에 초청받은 한국 30~40대 설치작가의 전시회가 새해
줄을 잇는다.

지난해 호주 아시아퍼시픽트리엔날레와 뉴욕예르바부에나아트센터에 초대된 양혜규 씨는 오는 3월 뉴욕 그린나프탈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를 미국 화단에 알린다는 각오다. 김소라 씨는 중국 광저우미술관과 독일문화원에서 열리는 ‘광저우트리엔날레’에 참가하고 있다. 이광호 씨는 3월 홍콩센트럴하버프런트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용백 씨는 3월13일까지 미국 시애틀 국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 작품전’에 참가하고 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성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만큼 앞으로 해외 전용 전시장 개설, 국제적 교류 확대, 세계 미술정보 확보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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