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지휘자 이승원(새뮤얼 리·34)이 세계적 권위의 니콜라이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말코 지휘 콩쿠르는 1965년부터 3년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경연 대회로 젊은 지휘자의 등용문으로 불린다.1990년생인 이승원은 음악가 집안인 외가의 영향을 받아 만 3세부터 피아노와 비올라를 배웠다.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한스 아이슬러 음대 및 함부르크 음대에서 비올라와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다. 2018년부터는 독일 라이프치히 음대 교수를 지내고 있다.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비올라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모차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 우승, 독일 ARD 국제 콩쿠르 준우승 등 세계적인 경연 대회에서 활약한 국내 대표 실내악단이다.어릴 때부터 꾸준히 훈련한 음악적 기량과 탁월한 실내악적 역량을 갖춘 이승원은 지휘 분야에서도 빼어난 두각을 나타냈다.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BMI 국제 지휘콩쿠르(2018년)와 대만 타이베이 지휘 콩쿠르(2019년)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지휘자로 본격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2022~2023년 시즌부터는 미국 명문 악단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최다은 기자
“국립극단 등 공연단체 청년 교육단원 공모가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마무리됐습니다. 만약 장관께서 청년 예술인이던 때도 이런 정책이 있었다면 지원하셨을까요.”(김지수 사무관)“무대에 열망이 있는 젊은 연기자라면 당연히 두드려야지. 그때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응모할 겁니다.”(유인촌 장관)24일 세종시 박연문화관에서 열린 정책 토크콘서트 ‘2024 문화왓수다’(사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김지수 사무관이 손을 들고 건넨 질문에 유인촌 장관이 내놓은 답이다. 김 사무관은 청년 공연예술가들이 국립예술단체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청년 교육단원’ 사업 실무를 맡은 3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 관료다. 이런 김 사무관에게 유 장관은 자기 경험에 빗대 청년 예술인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적재적소에 필요한 예술 행정이라고 격려한 것이다.이날 열린 문화왓수다는 유 장관이 정책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20~30대 청년 직원 및 인턴 100여 명과 취임 6개월을 맞은 소회를 나누고 문화정책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체부는 유 장관 취임 후 청년인턴 176명을 선발해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등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예술기획·행정가를 꿈꾸고 있다는 20대 김상아 인턴이 “예술인과 행정가를 모두 겪은 입장에서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하자 유 장관은 “시대가 원하는 게 무엇이고,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지 읽어야 한다”며 “여행을 다니고, 전시·공연을 보며 항상 관심과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또 배우와 장관 중 무엇이 더 힘드냐는 질문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ldq
2015년의 어느 날을 기억한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었고, 막 출간된 한 문학상의 수상작품집을 사든 채 버스에 앉아 읽고 있었다. 서울역을 지나던 중이었을까, 어두운 하늘 아래로 높은 건물들이 노란빛을 뿜어내며 고적하고 호젓한 야경을 완성하고 있었다.그 풍경을 기억하는 건, 책을 읽다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리라. 그때 내 마음속엔 이런 문장이 반복됐다, 그래 이런 걸 기다리고 있었어. 그날 내 손에 쥐어진 책은 <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고, 읽고 있던 소설은 <건축이냐 혁명이냐>였다. 1960년대는 예술의 꽃이 지금과 달리 건축이었고, 각 고등학교의 수재이며 감성이 충만한 까까머리들이 건축과를 선택해 대학을 가곤 했으며, 각종 건축잡지들이 생겨나고 유학파 건축가들이 출몰하던 시기였기에 잊힌 건축가들도 르꼬르뷔지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알았을 텐데 그들의 야망과 꿈은 왜 이렇게 낡고 초라하게 남아버렸나 하는 얘기를 우리는 나눴고, 조규엽은 디자이너로서 내가 쓴 가상의 전기에 가상의 스케치와 사진 등을 넣으면 어떨까하는 이야기를 했다. <건축이냐 혁명이냐>조선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를 다루는 이 소설은 국경을 넘나들고 당대의 다양한 고유명사와 사건들을 종잡을 수 없게 횡단하며 이구의 전기를 파편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내게 중요했던 건 소설에 사실과 허구가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여 있느냐가 아니라, 이 소설이 무언가 묻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군사정권의 회유를 받고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조국에 돌아왔지만 별다른 행위를 하지 못한 채 어눌한 한국어를 아예 닫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