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성환·강유정 심사위원.
왼쪽부터 김성환·강유정 심사위원.
한국 영화 감독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돈도 배우도 아니고 작가라는 얘기를 한다. 최근 들어 개선되고 있지만 작가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좋은 작가의 유입을 막고 기존 작가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감독과 제작사가 기다리는 대형 작가의 탄생을 고대하며 심사에 임한 심사위원들은 이번 심사를 통해 만족하는 점과 불만스러운 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소재의 면에선 상당히 많은 시나리오가 가족의 붕괴, 왕따, 자살, 경제난, 취업난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생각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당선작으로 뽑힌 ‘귀신’은 군대에서 발생하는 왕따 및 가혹행위 문제를 꼼꼼한 취재와 밀도 있는 구성, 힘 있는 필력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완성한 수작으로 앞으로 작가의 작품 활동을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만든 ‘라이어, 오동구’는 시종일관 웃음을 띠게 하는 재치 있는 대사와, 모두가 예상하지만 그 예상 내에서도 보는 이의 감정을 작가의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단죄:자신을 향한 분노’도 사람들이 꼭 한 번 되새겨봄직한 메시지를 담은 소재여서 작가가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언젠가 많은 이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비록 이번엔 당선되지 않았지만 모든 작가의 시나리오가 언젠가는 한국 영화계의 신선한 바람 또는 거대한 태풍이 될 것이라 믿으며 2016 신춘문예에 응모한 모든 작가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