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 제조업 사라진 자리 문화 꽃피우다

1980년대 신발 등 제조업 이탈
부산국제영화제 성공 계기로 영상문화 중심도시 조성 본격화

부산시, 스튜디오 등 인프라 확충…항만·철도 등 로케이션 적극 협조

한국영화 10편중 4편 부산서 촬영…아시아 첫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
지난 10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부대 행사로 우동 BIFF빌리지에서 열린 ‘제보자’ 무대 인사에 영화팬이 몰려들었다. 올해 BIFF를 찾은 관람객은 22만737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부대 행사로 우동 BIFF빌리지에서 열린 ‘제보자’ 무대 인사에 영화팬이 몰려들었다. 올해 BIFF를 찾은 관람객은 22만737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암살’ ‘베테랑’ ‘국제시장’ ‘도둑들’ ‘변호인’ ‘해운대’.

관객 10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 10위권에 오른 이들 영화엔 공통점이 있다. 부산시 산하 부산영상위원회의 촬영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다. 신창동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 ‘국제시장’은 지난해 5개월간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와 기장도예촌 건설 부지, 다대포해수욕장, 국제시장 등을 오가며 촬영했다. ‘베테랑’ 초반부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 장면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찍었다.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이 좁은 목조 주택에서 쌍둥이 언니와 맞닥뜨리는 장면은 부산3D프로덕션센터의 특수 장비를 이용해 연출했다.

부산이 영상콘텐츠 제작의 메카로 떠올랐다. 부산영상위원회가 2000년부터 올해까지 촬영을 지원한 영화와 영상물은 993편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는 92편으로, 전체의 40.6%에 달했다. 국내 제작 영화 10편 중 4편은 부산에서 찍었다는 얘기다.
[문화가 도시경쟁력이다] 부산국제영화제 20년…'문화 불모지'서 영상콘텐츠 메카로

‘영상도시 부산’ 이끈 부산국제영화제

1980년대부터 섬유·합판·신발 등 주요 산업이 주변 도시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침체의 늪에 빠진 부산에 한 줄기 빛을 던져준 것이 1996년 처음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였다. 당초 문화적 기반이 취약해 ‘문화 불모지’란 인식이 강했던 부산에서 BIFF의 성공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영화계는 물론 부산 시민들조차 대부분 “서울 충무로도 아니고…”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제 창립 멤버인 김지석 BIFF 수석프로그래머는 “세계적인 영화제들이 칸, 베니스 등 주로 바다를 끼고 열린다는 점에 착안해 부산을 영화제 장소로 정했다”며 “환경이 열악해 극장에서 쥐가 나오고, 자막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영화를 보며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는 영화팬들이 모여들면서 첫해 관람객이 18만여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BIFF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규모,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성장했다. ‘비경쟁 영화제’, ‘아시아 작품 중심’으로 차별화하고 수준 높은 작품과 프로그램 운영으로 경쟁력을 높인 결과라는 평가다. 이곳에서 처음 상영되는 아시아 영화들이 이후 세계 각국 영화제로 초청받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아시아 감독들은 BIFF의 초청을 기다린다. 지난 10월 열린 제20회 BIFF를 찾은 관객은 22만7377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현장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중국·일본인 관광객들이 개막 3일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BIFF의 생산·부가가치 유발효과(2013년 기준)를 최대 2172억원, 고용 유발효과를 2483명으로 추산했다.

‘영화 찍기 좋은 도시’

BIFF의 대성공으로 문화가 가진 힘에 눈뜬 부산시는 본격적으로 ‘영상문화 중심도시’ 조성에 나섰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영화 촬영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기구인 부산영상위원회를 설립했다. 해운대 센텀혁신지구에 영화·영상타운을 조성하고 영화의전당,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영화촬영스튜디오, 영상후반작업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부산시는 항만이나 철도 등 접근하기 어려운 시설에 대한 촬영 협조에 나섰고, 스튜디오 등 인프라를 제공했다.

영화인들도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영화를 찍기 좋은 환경에서 제작된 ‘친구’ ‘해운대’ ‘변호인’ ‘국제시장’ 등은 흥행에 성공하며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가 됐다. ‘친구’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부산에선 어떤 영화든 로케이션 장소로 찾아내지 못할 곳이 없다”며 “영화 촬영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열의도 다른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관계자는 “류더화(劉德華), 리엄 니슨 같은 세계적 스타도 영화 촬영을 요청했지만 내년 3월까지 예약이 꽉 차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영상 관련 공공기관 세 곳도 서울에서 국내 영상산업의 중심지가 된 부산으로 이전했다.

G-STAR, 부산에서 화려하게 부활

2009년부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도 영상도시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게임회사들의 외면으로 존폐 기로에 섰던 지스타는 행사 장소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부산으로 옮긴 뒤 화려하게 부활했다. 블리자드, EA 등 세계적 게임사들이 참가하며 규모가 커졌고, 관람객 수는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병석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기업 간 거래(B2B) 부스 집중 육성 전략과 부산시의 전폭적 지원, 부산의 문화관광 인프라 등이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선정된 부산은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영상도시로 비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산시는 지난해 중국 칭다오에 세계 최대 영화 스튜디오를 건립 중인 중국 완다그룹과 영화·영상산업 협력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한·중 영화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지스타 등은 ‘삭막한 컨테이너 도시’ 부산을 문화도시로 발전시켰다”며 “앞으로 부산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영상콘텐츠문화산업의 허브로 육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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