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롤리타’의 촬영 현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롤리타’의 촬영 현장.
영화 거장들의 예술세계를 영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들여다보면 어떨까. 프랑스의 필립 가렐(67), 미국의 스탠리 큐브릭(1928~1999) 감독을 다룬 전시와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오는 29일부터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스탠리 큐브릭’전은 자료 1000여점이 나오는 대규모 전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샤이닝’ ‘아이즈 와이드 셧’ 등 큐브릭의 영화 19편에 등장하는 소품과 세트 모형, 촬영 현장을 담은 미공개 사진, 자필 메모가 담긴 각본 등이 출품됐다. 철학적인 메시지와 뛰어난 영상미로 유명한 큐브릭의 작품이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

큐브릭의 ‘미래 3부작’ 중 마지막 편인 1971년작 ‘시계태엽 오렌지’는 춤으로 재해석돼 다음달 5~6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무대에 오른다. 영국 작가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일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던 불량배 알렉스가 폭력적인 생각을 하면 고통을 느끼도록 국가에 의해 교화되는 과정과 그 후 이야기를 그렸다. 개봉 당시 선악과 자유의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2015 베니스비엔날레 초청 특별전에서 개막 무대 안무를 짠 김남식이 집단과 개인의 의지가 대립하는 상황을 춤으로 풀어낸다.

지난 25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한 ‘필립 가렐-찬란한 절망’전은 영화와 설치작품으로 감독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영화를 재구성한 설치작품 3점과 영화 16편이 나왔다. 구식 35㎜ 필름으로만 영화를 찍는 가렐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에 필름 영사기를 설치했다. 영사기사가 직접 영화 필름을 감고 돌리며 작품을 상영한다. 그의 최초 작품인 1964년작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부터 올해 내놓은 ‘인 더 섀도 오브 우먼’까지 16편을 소개하는 회고전도 함께 열린다. 디지털 상영본이 없는 작품 13개, 분실됐다가 47년 만에 발견된 1968년작 ‘혁명의 순간들’도 복원 상영된다. 다음달 19일에는 감독이 직접 내한해 관객을 만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