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8일 일본 도쿄 주일 폴란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폴란드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8일 일본 도쿄 주일 폴란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유명해진 것도 좋죠. 하지만 저의 변하지 않는 목표는 훌륭한 음악을 만드는 것,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달 세계적 권위의 폴란드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은 18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일본 도쿄의 주일 폴란드대사관에서 열린 방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한국 언론에서 연락이 자주 와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키릴 코자체프스키 주일 폴란드대사와 쇼팽피아노콩쿠르에서 심사를 맡았던 일본 피아니스트 에비 아키코, 이케노 마사유키 NHK교향악단 연주제작부장 등이 함께했다.

본격적인 회견에 앞서 지난달 콩쿠르 최종 우승자 발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나오자 그때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 듯 조성진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는 “대회 당일엔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연주했는지 기억하지도 못했다”며 “나중에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쇼팽은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지만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한 작곡가의 곡을 계속 친다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콩쿠르가 끝나고 난 뒤 다른 것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다른 작곡가의 곡도 많이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콩쿠르에 참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에서 ‘조성진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나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과 사랑에 빠져서 정말 기분이 좋다”며 “응원을 많이 해줘서 큰 힘이 되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출신 피아니스트로 이번 콩쿠르에서 심사를 맡은 필립 앙트로몽이 유독 10점 만점에 1점을 준 데 대해선 “모든 사람은 각기 의견을 달리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의견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2의 조성진’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달라고 하자 “10년 뒤에는 충고해 줄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나도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조언하기엔 이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외롭고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하느냐고 묻자 그는 “모든 음악가가 어느 정도 외로움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니다”며 웃어넘겼다. 조성진은 한국 팬들에게 “한국에서 응원을 많이 해줘서 감사하다”며 “내년 2월 한국 공연 때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예비 심사 때부터 조성진의 연주를 모두 들은 에비는 “이번 가을 본 연주에서는 ‘굉장한 피아니스트’가 ‘굉장한 쇼팽’이 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조성진은 20~21일 도쿄 NHK홀에서 NHK심포니오케스트라와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고, 23일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콩쿠르 우승 기념 연주회를 연다. 이케노 부장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조성진 씨와 같이 공연할 수 있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전석 매진으로 관람권을 살 수 없어 아쉽지만 내년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NHK 등 일본 언론사 기자 100여명이 참석해 조성진에게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