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공연

연주의 백미는 브람스 교향곡 1번…촘촘한 구조·치밀한 악상 완벽 소화
금난새 "새로운 길 개척하겠다는 한경필오케스트라 의지 담아 선곡"
앙코르곡 연주마다 청중들 열광…공연 끝나자 2000여 관객 기립박수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창단연주회를 보러 온 관객들이 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창단연주회를 보러 온 관객들이 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금관악기와 팀파니가 이끄는 단호하고 우렁찬 소리가 울려퍼지며 대미를 장식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뜨거운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2000여명의 관객 대부분이 기립해 환호를 보냈다. 연신 ‘브라보’를 외치는 관객도 많았다. 금난새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허리를 깊이 숙여 답례했다.

금난새 음악감독

금난새 음악감독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7월 창단한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연주회를 열었다. 한경필의 힘찬 출발을 알리는 레퍼토리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와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c단조’. 두 곡 모두 작곡가의 인생 궤적과 고뇌, 희망의 메시지가 오롯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먼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장대한 관현악 편성으로 연주했다. 서정성이 돋보이는 이 곡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곡’ 1위에 꼽힐 만큼 널리 사랑받고 있다. 애절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러시아풍 선율이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현악 파트의 힘있는 연주가 호소력 짙게 울려퍼지며 사색적인 피아노 선율과 조화를 이뤘다.

피아노 협연을 맡은 유영욱 연세대 음대 교수는 “라흐마니노프가 우울증에 빠져 있다가 스스로를 치유하며 쓴 곡”이라며 “젊은 시절에는 눈앞의 열정과 기교에 몰입했으나 이번에는 곡 자체가 각별히 애잔하고 유장하게 다가와 그 느낌을 살리려 애썼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앙코르 곡으로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유려하게 연주해 관객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날 연주의 백미는 휴식시간 이후 연주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 유려한 선율미보다 튼튼한 골격이 돋보이는 곡이다.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촘촘한 구조와 치밀한 악상 전개를 한경필은 신중하게 소화해냈다. 금 감독은 절제된 오케스트라의 선율 속에서 중후하면서도 깊이 있는 브람스 특유의 감수성을 이끌어냈다. 현악과 관악, 타악 파트 등 전 파트가 안정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교향곡에 장엄미를 더했다.

브람스는 22세에 이 곡을 착상해 43세에 완성했다. 20년 넘게 고심을 거듭하며 ‘산고’를 거쳐 탄생한 곡인 만큼 한경필이 향후 시련을 겪더라도 굳건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곡을 선정했다. 금 감독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은 ‘건강한 곡’”이라며 “쉽게 흔들리지 않고, 말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같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브람스 공연을 마친 뒤 금 감독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금 감독이 “예산이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클래식 음악계를 활성화하자는 한경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재능 있는 많은 연주자들을 위해 예술 분야에는 반드시 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한경이 스포츠 팀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만들자고 해서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수락했다”며 농담을 던지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창단 이후 연습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도 조화로운 하모니를 선보인 단원들의 결속력이 돋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하은 씨는 “한경필 창단 이후 관객들에게 연주를 공식적으로 처음 선보이는 자리여서 기대를 많이 했다”며 “창단 이후 짧은 기간에도 단원들과 화합을 잘 이룬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연주를 관람한 서울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감동적인 연주였다”며 “특히 브람스 교향곡 1번 해석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은 “금난새 지휘자와 유영욱 교수의 만남이 아름다운 연주를 만들어냈다”며 “젊은 연주자들의 기량과 열정이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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