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본능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488쪽 / 1만8000원
[책마을] 음악은 인간의 본능…누구나 음악적 재능 있다

50대에 마라톤 연습을 시작하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피아노 교습을 받기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다.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악가가 되려면 절대음감과 탁월한 기억력 등 남다른 재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일화처럼 ‘음악성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독일 과학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토프 드뢰서가 의문을 가진 것은 이 부분이다. 음악애호가이자 아카펠라 밴드 멤버로 활동하는 그는 “음악성이 특별한 개인들만 보유한 능력은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최신 뇌과학 연구를 살펴본 결과 드뢰서는 인간의 음악성을 연구하는 뇌과학자들이 재능과 천재성을 숭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악적 소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간 《음악 본능》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책마을] 음악은 인간의 본능…누구나 음악적 재능 있다

드뢰서는 인간이 어릴 때부터 ‘박자’를 느낄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소개한다. 헝가리 과학아카데미의 심리학자 이스트반 빙클러가 2009년 보고한 실험이다. 빙클러는 잠든 신생아들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단순한 타악기 리듬을 들려줬다. 주요 리듬을 제거하자 신생아의 뇌 전도는 급강하했다. 연구자들은 이 반응을 ‘놀람’으로 해석했다. 신생아의 청각 시스템이 주기성을 포착할 수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음악적 재능의 극치로 여겨지는 절대음감은 오히려 음악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440㎐의 표준음 A로 조율된 악기에 익숙한 절대음감 소유자는 다르게 조율된 악기를 다룰 때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일부 고(古)음악을 연주할 때 고악기가 현의 장력을 견딜 수 없어 낮게 조율한다. 절대음감의 정의도 불분명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절대음감 소유자로 분류되는 사람들도 청음시험 정답률이 100%에 달하지 않으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귓속 기저막에 변화가 일어나 정답률이 떨어지게 된다.

저자는 ‘음악 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모차르트는 실제로 ‘탁월한 장인’에 불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차르트가 작곡을 배우기 시작한 나이는 네 살. 음악적으로 성숙했다고 평가받는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무수한 연습과 창작 활동을 반복했다. 말콤 글래드웰이 언급한 ‘1만 시간의 법칙’에 들어맞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음악계에서 표절 논란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인간이 음악을 말처럼 배우기 때문이다. 아기는 말의 ‘샤워’를 받으며 패턴을 익힌다. 특정한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 말, 결합한 형태로 쓰이는 말 등을 반복해 들으며 기본 구성 요소와 용례를 파악한다. 음악을 배울 때도 이런 통계적 학습이 이뤄지며 익숙한 악구를 ‘적절한’ 악구로 여긴다. 자신도 모르게 어디선가 들은 선율을 흥얼거리게 되는 원리다.

음악 활동을 할 때 특정 뇌 구역이 성장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음악은 이미 활발하게 사용하는 뇌 구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한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연주할 때 손가락으로 특정한 건반을 누르는 동작은 특정한 음과 연결된다. 피아노 연습을 오래 하면 음과 손가락 운동의 연결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