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마음 울린 30년…"최고의 서비스로 관객 모시죠"
연주 무대를 360도로 감싸는 포도밭 모양의 객석, 5898개의 파이프와 74개의 스톱(음색조절장치)으로 이뤄진 대형 파이프 오르간. 일본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의 산토리홀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일본 최초의 클래식 콘서트 전용홀로 세계적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으로부터 ‘소리의 보석상자’라는 찬사를 받은 이 콘서트홀이 내년이면 개관 30주년을 맞는다.

쓰쓰미 쓰요시(堤剛) 산토리홀 관장(52·사진)을 지난 19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쓰쓰미 관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첼로 거장이다. 2007년부터 산토리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산토리홀의 이념인 ‘히비키 투 더 월드(Hibiki to the world)’를 충실히 좇아 온 30년”이라고 평가했다. ‘히비키’는 ‘울릴 향(響)’의 일본어 발음이다.

쓰쓰미 관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울림’은 좋은 음향시설로 인한 ‘소리의 울림’과 ‘사람 마음의 울림’, 두 가지를 모두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향시설을 꾸준히 유지·보수하는 것은 물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세계적 연주자들이 마음 편히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쓰쓰미 관장은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60명의 직원 교육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했다. 자체 기획한 공연이 있을 때면 검은색 양복을 입은 임직원이 안내데스크에 나와 직접 관객을 맞이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인다. 국내 공연장에선 데스크에 수북이 쌓여 있는 무료 공연안내 팸플릿도 직원들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나눠 준다.

산토리홀에선 자체 기획공연 비중이 높다. 쓰쓰미 관장은 “메인 홀과 작은 홀을 합쳐 연간 600회 공연 가운데 20%가 자체 기획공연일 정도로 공연 기획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높다”고 했다. 내년에는 특별한 30주년 이벤트를 따로 준비하지는 않지만 산토리홀의 3대 음악축제를 한층 풍성하게 열 예정이다. 실내악 축제인 ‘체임버 뮤직 가든’과 다양한 현대음악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여름 페스티벌’ ‘산토리홀 페스티벌’ 등이다.

10년마다 한 번씩 하는 대대적 보수공사는 2017년 2월부터 6개월간 예정돼 있다. 내진시설을 보강하고 노약자 친화적인 구조로 바꾼다. 쓰쓰미 관장은 “오스트리아에서 들여온 의자 커버도 낡아 교체할 예정”이라며 “외양은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보수공사가 끝난 뒤 산토리홀에 와도 관객은 거의 바뀐 점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토리홀 탄생은 도리 신지로 산토리그룹 창업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주의 이익과 신제품 연구, 사회공헌에 이윤의 3분의 1씩을 써야 한다는 창업주의 ‘3분의 1’ 철학에 따라 산토리홀이 탄생했다. 매년 적자를 내면서도 산토리홀을 운영하는 이유다. “우리는 일본과 세계의 음악을 선도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앞으로도 소통이 잘되고 ‘울림’이 극대화되는 연주 공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도쿄=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