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벽의 ‘자웅장추’
변상벽의 ‘자웅장추’
동식물은 가장 오래된 그림 소재 중 하나다. 단순히 형상을 모방한 것부터 사람들의 이상이나 욕망을 담아낸 추상적인 표현까지 작품도 다양하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23일 개막하는 ‘간송문화전 5부 화훼영모(花卉翎毛)-자연을 품다’전은 이런 동식물 그림을 전시한다. 화훼영모란 꽃, 풀, 새의 깃털, 짐승의 털을 뜻한다.

전시에는 고려 공민왕(1330~1374)의 ‘이양도(二羊圖)’부터 조선 후기 이도영(1884~1933)의 ‘백령식록(百齡食祿)’까지 550여년의 한국 미술사를 보여주는 작품 90여점이 나왔다. 신사임당(1504~1551) 윤두서(1668~1715) 정선(1676~1759) 김홍도(1745~1806) 신윤복(1758~?) 장승업(1843~1897) 등의 작품도 전시됐다.

각 시기를 대표하는 거장의 그림은 당대 특유의 표현 방법과 시대정신을 보여준다. 김시(1524~1593)의 ‘야우한와(野牛閒臥)’와 이영윤(1561~1611)의 ‘기우취적(騎牛吹笛)’은 모두 소를 소재로 삼았다. 배경은 우리 산수지만 소의 형태는 당시 중국에만 서식하던 물소의 모습을 빌려왔다.

조속(1595~1668)부터는 ‘설조휴비(雪鳥休飛)’ 등 실제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을 사생한 그림이 나온다. 우리 것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자각하고 현실을 정확히 묘사하려는 움직임이다. 정선의 ‘등롱웅계(燈籠雄鷄)’는 붉은 깃털이 화려한 장닭 한 마리가 벌레를 쪼려는 듯 공격 자세를 취한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닭과 고양이 그림을 잘 그려 ‘변고양이, 변닭 씨’로 불렸다는 변상벽(1730~?)의 ‘국정추묘(菊庭秋猫)’는 고양이의 얼룩무늬와 털 한 올의 질감까지 세세하게 묘사했다.

간송미술관 측은 “550년간 문화의 성쇠기멸(盛衰起滅) 현상을 전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3월27일까지. (02)2153-000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