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토벤 '교향곡 제8번'
베토벤은 교향곡 제1번(1800)과 제2번(1802)에서 하이든-모차르트의 고전적 스타일을 계승했으나 귀가 점점 어두워지는 시기에 접어든 제3번(1804)부터 악상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것은 물론 연주시간, 악기 편성도 확대됐다. 그러던 중에 발표한 제8번(1812)은 갑자기 예전으로 돌아간 듯 간소한 교향곡으로 남아 있다.

이 곡은 그의 교향곡 중 가장 베토벤답지 못하고 느닷없이 튀어나온 곡이라 해 인기도 없는 편이다. 그러나 시각을 바꿔 보면 거대한 리듬의 향연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피력한 제7번 교향곡과 같은 시기에, 존경하는 선배인 하이든-모차르트 스타일을 마무리하는 결정판으로 함께 지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들린다. 압도적인 스케일은 전혀 아니지만 빈틈없는 구조와 유연한 선율미는 ‘베토벤 수집가를 위한 보석’이라는 평가에 딱 어울린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