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그림값 수직상승…100억 넘을까
한국미술시장의 ‘대장주’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작품이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바꿔 놓았다.

서울옥션이 지난 5일 홍콩에서 진행한 미술품 경매에서 김 화백의 1971년작 점화 ‘19-Ⅶ-71 #209’(253×202㎝)가 47억2100만원(약 3100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2007년 5월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를 제치고 8년 만에 국내 작가 미술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면을 푸른 점과 회색 점으로 꾸민 이 작품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단색화 기획전에 출품됐던 넉 점 중 한 점이다. 낙찰자는 아시아지역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졌다.

김환기 그림값 수직상승…100억 넘을까
○김환기 작품값 천정부지

국내 근·현대 미술품의 경매 최고가 ‘톱10’ 가운데 김 화백의 작품은 무려 넉 점이다. ‘19-Ⅶ-71 #209’를 비롯해 ‘꽃과 달항아리’(30억5000만원) ‘영원한 것들’(21억원) ‘블루 마운틴’(19억7995만원) 등이다.

국내에서 경매가 처음 시작된 1998년 이후 김 화백의 작품은 620점(종이 그림, 드로잉 포함)이 출품돼 437점이 낙찰됐다. 거래총액 851억7000만원, 점당 평균 낙찰가는 2억원꼴이다. 특히 올 들어 경매시장에 나온 64점 중 52점(낙찰총액 128억원)이 팔려 낙찰률 86%를 기록하고 있다.

작품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김 화백의 작품은 1950년대 점당 10만~4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작품성과 크기에 따라 10억~40억원을 호가한다. 60여년 만에 1만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작품 수가 유화 1000여점, 종이 그림과 드로잉 500여점으로 적은 데다 소장가들이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동·서양철학 깃든 게 인기 이유

전남 신안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독창적인 한국미를 선보였다.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16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지는 그는 ‘한국의 피카소’로도 불린다.

1933~1936년 일본 니혼대 미술학부에서 추상미술을 배운 김 화백은 1937년 귀국한 뒤 6·25전쟁 전후 격동기를 거쳐 파리(1950년대 중후반), 뉴욕(1970년대)에서 생활하는 등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체험하며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 구상과 추상을 통해 독창적인 한국미를 선보였다. 달항아리와 여인, 매화, 산, 달, 새 등 향토적인 이미지를 즐겨 활용했던 그의 작품에는 작게는 한국의 멋, 크게는 동양의 멋이 배어 있어 대중적인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김 화백은 서양미술의 경험이 풍부했지만 마지막에는 우리 자연과의 교감을 바탕에 둔 동양적 추상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앞으로 단색화 시장이 활기를 이어갈 경우 김 화백의 대표작 점화는 100억원을 웃돌며 신(新)고가 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