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에 '괄목홍대' 현상 뚜렷…화단·전시기획·디자인서 두각
‘문화행정’의 정점에 있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8)은 1981년 홍익대 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대표적 ‘홍대맨’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문체부 산하기관장 자리에 홍익대 출신 인사를 잇달아 임명했다. 홍익대 미대 출신인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을 비롯해 오승종 한국저작권위원장(홍익대 법대 교수), 목진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예술감독(홍익대 디자인 전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 대약진했다면 최근에는 홍익대 출신 인사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괄목홍대(刮目弘大)’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지난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국정감사에선 ‘괄목홍대 낙하산’(유기홍 의원)이란 말까지 나왔다. 미술계에서 서울대 미대와 쌍벽을 이루는 홍익대 미대는 1949년 설립 이후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공예 등 상업미술 분야를 주도하며 성장해왔다. 현대미술의 실용주의를 내세워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로 영역을 넓혀가며 지난 66년간 배출한 졸업생이 5000여명에 달한다.

○단색화 열풍 주도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하종현 화백.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하종현 화백.
홍익대를 나와 화단에서 맹활약하는 작가가 많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국 단색화 열풍의 중심에는 홍대 출신 원로화가가 대거 포진해있다. 영국 최대 메이저화랑 ‘화이트큐브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추진하고 있는 박서보를 비롯해 정상화 하종현 윤형근 김기린 김태호 씨 등 홍대 출신 단색화 대표 작가들은 당당히 ‘블루칩 화가’의 대열에 합류하며 미술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지 조각’으로 국제성을 인정받은 전광영,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한 김영원, 정물화의 대가 구자승,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를 비롯해 송수남 유병엽 황용엽 서승원 김태호 주태석 지석철 이석주 김수자 강익중 유근택 최정화 이불 김정수 씨 등도 국내 화단의 ‘대들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국 사립미술관장도 탄생

미술계에 '괄목홍대' 현상 뚜렷…화단·전시기획·디자인서 두각
미술 전시·기획과 평단에서도 홍대맨의 활약이 눈에 띈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을 지낸 미술평론가 윤진섭 씨는 단색화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지낸 윤재갑 씨(47)는 한국인으론 처음 중국 사립미술관 ‘하오아트뮤지엄’의 사령탑을 맡아 ‘미술 한류’의 새 장을 열었다. 오광수 뮤지엄 산 관장을 비롯해 이준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등도 미술문화 발전의 동량(棟梁)역할을 해내고 있다.

올해 프랑스 문화부가 선정한 ‘글로벌 10대 큐레이터’에 뽑힌 이대형 씨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아트마케팅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순 한중수교기념사업추진단 대표는 최근 부산시립미술관장에 내정됐다. 윤익영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박천남 성남아트센터 학예연구실장,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류한승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 배명지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이주헌 전 서울미술관장 등도 다양한 기획전 및 평론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디자인 사업분야에서 두각

홍익대를 나와 정치와 사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도 적지 않다. 브랜드 네이밍 분야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60)은 홍익대 미대 출신 정치인이다. 소주 ‘처음처럼’ ‘참이슬’,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 가전제품 ‘딤채’ 등을 히트시킨 그는 새정치연합의 당 현수막 개선, 당명 개정 작업을 주도하는 등 톡톡 튀는 행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청승 경기창조학교 이사장(64)은 1986년 (주)한국폴라를 창업해 2005년까지 운영한 경영인 출신이다. 졸업식 전날 홍대 미대를 자퇴한 그는 그동안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경기창조학교를 운영하며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안상수 안그라픽스 대표는 현대감각에 맞게 문자디자인을 재창조한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고 있다. 석금호 산돌커뮤니케이션 대표, 이건만 이건만ANF 사장 등도 디자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윤진섭 씨는 “미술관 및 미술 단체에도 ‘홍대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대거 포진해 있다”며 “서울대 미대와 경쟁하며 한국 미술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