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홀스트 관현악 모음곡 '행성' 중 '화성'
그리스 신화의 올림푸스 12신 중에서 전쟁신은 아레스와 아테나다. 여신 아테나는 주로 방패를 사용해 적의 공격을 물리치는 방어적 전쟁신으로, 도시와 문명의 수호자다. 따라서 현명한 ‘지혜의 여신’이기도 하다. 로마 신화에서의 표기인 미네르바 또한 지혜를 상징한다. 반면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전쟁신 아레스는 지혜의 신이기는커녕 미화할 만한 일화를 거의 남기고 있지 못하다. 아레스는 로마 신화에서 마르스로 불리는데, 마르스는 태양계 화성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성의 붉은색이 전쟁의 참화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리라. 구스타브 홀스트의 관현악모음곡 <행성>(1916)의 제1곡이 바로 ‘화성-전쟁의 신’이다. 일사불란한 행진곡 리듬과 불타오르는 듯한 음향으로 전쟁의 공포와 참혹함을 그려낸다. 음악이나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라면 결코 마주치기 싫은 장면이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