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의 시대' 펴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3D프린터·슈퍼컴 발달로 단순노동은 기계가 대체
3~6개월마다 새 일자리…"한 우물을 파라"는 잘못

2025년 앱 사라지고 코딩은 IoT시대 '필수 외국어'
평생교육의 보편화…모두가 '자발적 프리랜서' 될 것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가 서울 정릉동 사무실에서 자신의 신간 ‘메이커의 시대’(한경BP)를 들고 미래 직업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가 서울 정릉동 사무실에서 자신의 신간 ‘메이커의 시대’(한경BP)를 들고 미래 직업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메이커(maker)’는 한마디로 말해서 ‘뭔가를 만드는 것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비단 공학뿐만 아니라 교육과 의료, 예술 등 전 분야에 걸쳐 있어요. 이들에겐 창조와 노동, 놀이의 경계가 없어요. 앞으로 30~40년 뒤면 메이커들이 지구촌을 이끌 겁니다.”

지난달 초 2050년까지의 직업 변화를 조망한 책 ‘메이커의 시대’를 펴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60·사진)는 최근 서울 정릉동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메이커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경북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주한영국대사관 및 주한호주대사관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박 대표는 2004년부터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래학 싱크탱크 밀레니엄프로젝트의 한국지부인 유엔미래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를 통해 수십년 후의 세계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소개해온 미래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박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한 점은 “지금까지 상상하던 모든 것을 잊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선 미래의 의식주에 대해 거침없이 설파했다. “좋은 집과 명품 옷,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시대는 사라질 겁니다. 지금부터 30~40년이 지나면 3차원(3D) 프린터로 찍어낸 집에서 살게 될 거예요. 집값이 엄청 떨어질 겁니다. 옷도 3D프린터로 뽑아내고, 음식도 3D 프린터로 요리해 먹게 될 거예요.”

아울러 “머리를 쓰지 않는 단순노동은 모두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며 “3D 프린터와 슈퍼컴퓨터, 레이저커터 등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른다”며 “심리 상담과 경력 개발, 간호와 같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는 일이나 인간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 일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모든 변화를 이끌 사람들이 메이커고, 그들의 둥지 역할을 할 공간이 ‘메이커 센터’란 게 박 대표가 그리는 미래 일터의 모습이다. 그는 “메이커는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일을 하거나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며 “이 욕구를 강력히 자극해 사회에 공헌하고, 시장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새로운 세대엔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저주가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하루에도 10~20개의 인공지능과 로봇, 바이오컴퓨터 관련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전통적 의미의 ‘철밥통’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평생교육이 보편화될 것이며, 사람들은 ‘자발적 프리랜서’로 바뀌게 된다”고 예측했다. “수십년 뒤 태어날 신인류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어떻게 평생 한 가지 일만 하고 살 수 있느냐’고. 6개월 일하다 3개월 놀고, 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는 게 기본인 세상이 될 거예요.”

박 대표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2025년이면 앱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오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 기능이 있는 기기를 몸속에 장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필수 외국어’로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딩은 쉽게 말하자면 기계와 대화하는 언어예요. 수학과 같은 계산이라기보단 영어같이 외국어 개념에 더 가깝죠. IoT 시대엔 사람과 기계 간 소통이 중요해져요. 코딩을 모르면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박 대표는 미래학을 가장 효율적으로 경영에 적용하고 있는 기업으로 구글을 꼽았다. 그는 “사내에 고용된 미래학자들로 하여금 마치 사냥개처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갈 신기술을 찾도록 지원하는 게 구글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변화에 저항하게 돼 있어요. 산업혁명 때는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이 있었죠. 전기와 전화, 컴퓨터와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낯설어했어요. 하지만 인류 역사는 변화를 이끄는 자가 승리해왔죠. 메이커의 진가를 알아보고 적극 밀어주는 회사가 존경받게 될 겁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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