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테이] 가족과 '추억 쌓기' 팜스테이 만한 게 있나요
아이들과 농기계 마차를 타고 농촌 마을 어귀를 돌아본 뒤 옥수수와 산나물을 직접 수확한다. 낯선 수확 방법이 손에 익을 만하면 점심시간이다. 가족들은 손수 채취한 나물이 가득 올라온 시골밥상을 마주하고는 신기해한다. 배불리 점심식사를 마친 뒤 계곡으로 물놀이를 간다. 페트병과 된장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아보고, 대나무물총을 직접 만들어 물총 놀이도 해본다. 아빠가 어릴 적 했던 놀이 그대로다. 저녁에는 지역 특산물과 삼겹살을 화로에 구워 먹은 뒤 잊지 못할 캠프파이어를 한다.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신기함, 이웃의 다정함, 먹거리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순간이다. 팜스테이(farmstay)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팜스테이란 말 그대로 농장(farm)에서 머무는(stay)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농가에서 숙박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아이에겐 잊을 수 없는 농촌 체험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었던 향수(鄕愁)를 선물해준다. 팜스테이를 찾는 도시민은 저렴한 가격에 도시에선 누릴 수 없는 여유를 챙겨간다.

별 6개 마을 우선 고려

[팜스테이] 가족과 '추억 쌓기' 팜스테이 만한 게 있나요
팜스테이는 원래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지는 ‘도농상생’ 차원에서 생겨났다. 도시민에게 알뜰한 휴가 기회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부가 소득을 올릴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농촌·농민을 대변해 농협중앙회는 1999년부터 팜스테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뜰 휴가를 선호하는 도시민에게는 안전한 먹거리와 다양한 농촌 체험을 제공해주고, 농촌에는 관광 부문에서 부대 수입을 늘리자는 차원이다.

농촌 마을이라고 무조건 팜스테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농협은 높은 수준의 팜스테이를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농협의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되려면 마을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고 농가 10가구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친환경 농법을 통해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는 마을이어야 하며 방문객을 맞을 수 있는 편의시설을 갖추고 각종 농촌·농업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농협은 매년 3월 말, 9월 말에 사업계획과 실태 조사를 벌인 뒤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팜스테이 마을을 선정한다.

농협이 전국 우수 팜스테이로 선정한 마을은 현재 300곳을 훌쩍 넘는다. 농협 팜스테이 홈페이지(farmstay.co.kr)에서 팜스테이의 위치나 특성,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인한 뒤 가고 싶은 마을을 고를 수 있다.

농협은 팜스테이 마을을 선정한 뒤에도 프로그램이나 운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일일이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 방문객의 불만이 많은 곳은 경고하고 팜스테이 퇴출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도시민의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상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팜스테이를 처음 경험하려는 도시민은 별 6개인 최우수 마을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

진화하는 체험 프로그램

[팜스테이] 가족과 '추억 쌓기' 팜스테이 만한 게 있나요
팜스테이는 농협이 지원한 지 16년 가까이 지나면서 틀이 잘 갖춰진 관광으로 자리 잡았다. 팜스테이는 단순한 민박 개념이 아니다. 핵심은 체험 프로그램에 있다. 갈수록 팜스테이 체험은 △영농체험 △음식체험 △농촌문화체험 △야외문화체험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계절별로 도시민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영농체험은 계절에 따라 모내기, 벼 베기, 과일 따기, 고구마·감자 캐기 등 다양하다.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맛볼 수도 있다. 아이들은 벼 이삭을 잘라보고 벼에서 쌀이 나오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한다. 벼알 속의 새하얀 속살이 매일 식탁에 오른다는 것을 알고는 신기해 한다.

향토음식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마을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로 시골밥상을 차린다. 특산물을 맛보는 것은 기본이다. 마을에서 재배한 콩으로 전통 방식의 두부는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즈, 피자,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야외 체험과 농촌문화 체험은 도심에서 접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팜스테이 마을마다 풍광에 맞춰 물고기 잡기, 물놀이, 곤충 채집, 래프팅 등 차별화된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대나무와 박, 짚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전통공예나 마을 농악대, 사물놀이 등 농촌 특유의 전통을 배우는 것도 아이들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어른들도 자연 속에서 자녀들과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예약은 필수

과거와 달리 숙박시설도 깨끗하고 저렴하다. 유명 관광지 호텔의 비싼 숙박비나 성수기 펜션의 ‘바가지 요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명 관광지처럼 교통체증이나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황토 온돌로 이뤄진 민박집부터 새로 지은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한옥집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춘 팜스테이 마을이 적지 않다. 수영장과 같은 휴양지 시설을 갖춘 팜스테이도 늘고 있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팜스테이 홈페이지에서 마을을 검색한 뒤 마을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된다.

팜스테이 마을은 다양하고 전국에 퍼져 있는 만큼 산과 들, 강, 호수 등 자연 테마와 체험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