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검찰 수사보다 문단 자정노력에 '관심'
이응준 언론과 접촉 끊어…정문순 "사상체계도 표절" 다시 제기

소설가 신경숙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1996년작 단편 '전설'의 표절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그를 검찰에 고발한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고발을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23일 밝혔다.

현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신씨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변명을 하는 느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씨는 "신씨가 기억의 한계 등을 언급하면서 표절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법리적 검토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문제는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건데 비교된 문단을 검토했을 때 충분히 고의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검찰의 연락이 없지만 고발인 조사 요청이 있더라도 당장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표절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자료를 수집하고 문학계 반응 등을 살핀 뒤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씨는 지난 18일 신씨를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 작가가 표절 작품을 발표해 결과적으로 그의 작품을 출판한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등에 대한 업무 방해와 손해를 끼쳤다는 요지다.

이에 대해 검찰 또한 당장 고발인 조사를 할 단계는 아니며, 원작을 비롯해 관련 자료를 검토해본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해보면 법적 책임을 당장 추궁하기보다 문학계의 자정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법적 절차를 밟게 될 경우 표절 규명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문학계의 건강한 생태계 복원이라는 취지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우려가 나온다.

유병한 전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표절은 법과 도덕 문제 양면으로 봐야 한다"며 "작가가 도덕적 영역에서 표절을 인정했더라도 법적으로 표절을 입증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학계는 문단과 관련 없는 인사가 법적 책임을 묻는 당사자로 부각되는 것 자체가 문학계 자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앞서 표절 관련 고발의 철회를 요구했던 이응준 소설가는 현재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언론과 접촉을 끊었다.

지난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를 통해 신 작가의 전면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정문순 평론가는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10여 개 이상 동일한 문장을 반복하는데다가 서사 구성, 내용 전개, 인물의 성격 형상화 면에서 유사하며 "특히 작품 표절 수준을 넘어 작가의 사상 체계까지 표절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전성훈 한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