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비판 멈추고 자성과 검증의 계기 삼자" 주장도

소설가 신경숙이 자신의 1996년작 단편 '전설'의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 만에 직접 입을 열었다.

그동안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우국'을 알지도 못한다며 표절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던 신 작가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상 표절을 인정했다.

그러나 신 작가가 침묵하고 있던 일주일, 문제는 전설'을 넘어 다른 다수 작품으로까지 확산된 상태였기에 한 번의 인터뷰가 세간의 의혹을 모두 풀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컨대 신 작가는 인터뷰에서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가능성을 열긴 했지만, 여전히 "'우국'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5년 전에도 같은 의혹이 제기됐는데 문제가 된 소설을 한 번도 읽지 않았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신 작가는 "그때는 읽지도 않은 작품('우국')을 갖고 그럴(표절할) 리가 있나,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라고 했지만, 그의 해명을 문단이나 독자가 얼마나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일부 대목이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서'와 유사하자는 지적이나 '무거운 새의 발자국, '풍금이 있던 자리'의 제목을 다른 사람의 시 구절에서 따왔다는 의혹도 말끔히 풀지 못했다.

신 작가는 해당 소설에 대해서는 "어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머 어쩌면 이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을까' 싶은 대목이 나온다.

심지어 에피소드도 똑같은 때가 있다"며 '보편적 생각'임을 강조했다.

또 시에서 제목을 따오는 일은 "당시 문단에서 종종 있던 일"이라며 "만약 그게 잘못된 일이었다면, 혹시 섭섭한 마음을 가졌다며 제가 잘못 살아온 것 같다"고 문제의 본질을 표절이 아닌 개인적인 일로 치환했다.

그렇지만, 해명의 강도가 어떻든 신 작가가 직접 나서 표절을 사실상 인정하고 사과를 구한 만큼 더 이상의 몰아세우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학평론가인 홍정선 인하대 교수는 "신경숙 개인에 대한 비난은 여기서 끝내고 이번 사태를 한국 문단 전체에 대한 자성과 검증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 문제는 비단 신 작가만의 일이 아닌 만큼 많은 작가와 비평가가 머리를 맞대고 한국 문학을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신 작가 인터뷰가 알려진 뒤 인터넷상에는 "표절이란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말과 이에 앞서 22일 '창작과 비평'(창비)의 "표절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애매한 표현이 구설에 올랐다.

'전설'이 포함된 '감자를 먹는 사람들' 출간사인 창비는 지난 18일 늦게 표절 의혹을 부인했던 애초 입장을 철회하고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인터넷 상에선 "교묘한 말장난", "회피성 발언" 등 비난 글들이 잇따랐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고은지 기자 jbkim@yna.co.kr,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