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 제13번'
프란츠 리스트는 어린 나이에 헝가리를 떠났지만 그 음악적 토양은 몸에 배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피아노 독주를 위한 19곡의 헝가리 광시곡을 남겼는데 대부분은 느린 ‘라산’과 빠른 ‘프리스카’로 이뤄진 차르다시라는 헝가리 무곡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중 제13번의 프리스카에서 익숙한 멜로디를 들을 수 있다. 바로 스페인 바이올리니스트 파블로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을 현란하게 끝맺는 그 선율이다. 리스트는 헝가리 광시곡 13번을 1840년 무렵 작곡했고 1853년 출판했다. 치고이너바이젠은 1878년에 나왔다. 리스트가 먼저인데 사라사테 곡이 훨씬 유명한 것이다. 사라사테는 리스트가 살아있을 때 이 선율을 인용했고, 리스트의 불평이 전해지지 않는 걸 보면 원래 집시들의 선율이었던 것 같다. 잘 알려지지 않은 민요가 클래식 음악의 원천이 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