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스토리 개발 中은 투자·제작
한국과 중국이 지난 1일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면서 양국 간 애니메이션 합작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한국이 캐릭터와 스토리 등을 개발하고, 중국이 자본 투자와 제작, 중화권 부가판권 사업 등을 맡는 방식이다. 합작 애니메이션은 극장용과 방송용뿐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뉴미디어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 활용 폭이 넓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양국 간 합작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애니메이션 손잡은 한·중

韓은 스토리 개발 中은 투자·제작
시각효과업체 스튜디오엠지는 지난달 20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중국 제작사 3D애니매직스와 200억원 규모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드래곤 더 키드’(가제)를 합작하기로 양해각서를 맺었다. 스튜디오엠지가 현물로 제작비 중 일부를 부담하고 3D애니매직스가 대부분의 제작비를 현금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는 올 하반기에 제작을 시작해 2018년께 영화를 개봉할 예정이다. 양사는 또 50억원 규모의 TV시리즈 ‘판다 더 베이브’를 공동 제작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스튜디오엠지가 스토리와 캐릭터 등을 기획하고 3D애니매직스가 원소스멀티유스 사업의 일환으로 캐릭터와 문구류, 테마파크 등을 개발한다.

‘두리둥실 뭉게공항’의 제작사 DPS가 중국 선둥커뮤니케이션과 합작 제작하기로 한 스마트폰용 애니메이션 ‘꽉잡아’는 특성화고교 학생들이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자신의 꿈과 사랑을 실현해가는 이야기로, 5분짜리 80편으로 만들어진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3개 버전으로 완성해 내년 6월부터 한국과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포털과 스마트폰 등에 유통할 계획이다. ‘꽉잡아’ 역시 중국 측이 제작비의 45%를 투자하고 애니메이션 그림 등 제작 부문도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삼지애니메이션도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 산하 툰맥스미디어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삼지가 3D 애니메이션을 기획·제작해 툰맥스의 유통망을 통해 중국시장에 배급하는 전략이다. 중국 헝성그룹과 3D 애니메이션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의 속편 ‘점박이2’(가제)를 합작 제작하기로 한 드림써치C&C 이창훈 대표는 “헝성그룹과 협력해 중국시장에서 ‘점박이’로 캐릭터 완구산업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애니메이션 수요 급증

이처럼 한·중 간 합작 사례가 쏟아지는 것은 중국의 애니메이션·캐릭터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중국 애니메이션시장은 2013년 6억3900여만달러로 전년 대비 18.3% 성장했다. 2018년까지 시장규모가 연평균 13.5%씩 커져 12억300여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캐릭터시장은 이보다 훨씬 크다. 캐릭터시장은 2013년 전년대비 9.2% 성장한 54억9900여만달러로 집계됐다. 2018년까지 연평균 13.1%씩 커져 101억5800여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판 ‘유튜브’인 ‘유쿠’ ‘투더우’ 등 수십 개의 디지털 매체가 애니메이션을 대거 선보였고 국제적인 애니메이션·캐릭터 박람회도 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애니메이션이 성공한 사례는 ‘시양양과 후이타이랑’ ‘곰출몰’ 등 2~3편에 불과하다. 최고 인기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은 미국과 일본산이 잠식하고 있어 중국은 한국 등에서 좋은 기획안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한·중 FTA 체결로 수익 배분금을 국내로 송금할 수 있게 되면서 양국 간 합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중국과 합작한 업체들은 수익금을 합법적으로 배분받지 못하고 인건비 등 용역계약 형태로 받아왔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