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잔혹한 IS가 무료급식소 운영한다고?
인질의 목을 베고, 여자와 어린아이마저 학살하는 ‘이슬람국가(IS)’라는 괴물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왜 열여덟 살 김모 군과 말레이시아의 공무원, 2000명에 육박하는 유럽인과 800여명의 러시아인이 IS로 갔을까.

이슬람 불사조는 이런 물음에 답을 제시한다. 각국 정상들이 이사를 맡고 있는 마드리드클럽 산하 테러리즘 자금차단위원회 의장인 저자는 중동 테러 조직의 계보와 흐름, 여타 테러 조직과는 다른 IS의 특징과 조직 확대 및 유지 방법, 궁극적인 지향점 등을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한다.

IS는 단지 여러 테러 조직 중의 하나가 아니라 모든 것이 율법 안에서 존재하는 칼리프 국가 재건을 지향하는 준(準)국가 조직이라고 규정한다. 알카에다의 잔당에 불과했던 IS가 급부상한 것은 2010년 알바그다디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의 수장에 오르면서부터였다. 그는 수장이 되자마자 조직 이름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바꿨고, 지난해 6월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칼리프 국가 건립을 선포하면서 이름을 IS로 고쳤다.

IS는 불과 3~4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저자에 따르면 방대한 재정을 관리하고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 지역에서는 국가로서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 영토 내 기업 활동과 군수품, 일반 상품 거래에서 세금을 거두며 결산회계보고서도 작성한다. 보고서에는 자살테러 임무 한 건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산출돼 있을 정도다.

IS의 성장 비결을 저자는 현대성과 실용주의라고 설명한다. IS는 배후지원국을 대리한 전투에 나서는 대신 테러와 군사활동을 통해 시리아 서부의 비옥한 유전지대 등 요충지를 차지했다. 확보한 ‘영토’에선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도 힘썼다. 무료급식소를 세우고 전기를 가설했으며 부엌을 고쳐줬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프로파간다에도 능했다. 주민들의 생활여건 개선과 테러활동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리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국가 건설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IS는 서구가 강제로 갈라놓은 중동 분열의 역사적 산물이다.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과격 테러조직으로만 봐서는 IS를 이해할 수도, 중동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IS는 역사, 종교, 민족, 경제 문제가 중층적으로 겹치는 ‘국가’라는 렌즈로 봐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