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설치미술가 최선 씨의 2014년작 ‘피똥(적분의 그림)’. 송은아트스페이스 제공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설치미술가 최선 씨의 2014년작 ‘피똥(적분의 그림)’. 송은아트스페이스 제공
"미술의 풍자, 비판 기능 보여주고 싶었죠"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설치미술가 최선 씨(42·사진)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내달 28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메아리’를 언론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였다. 그는 전시장 2~4층을 오르내리며 회화, 설치, 영상 등 10여점의 작품을 정성 들여 설명했다.

“미술에 조롱, 야유, 비판 기능도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부잣집 벽에 작품이 걸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진 않았죠.”

그는 동물 털, 침, 휘발유, 배설물 등 낯선 재료를 사용해 현대미술의 의미를 묻는다. 전시장 2층에 설치된 ‘피똥(적분의 그림)’(2014)은 붉은색 알루미늄 위에 흰색의 추상적인 형태가 그려진 작품이다. 언뜻 봐선 추상 평면회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가가 자신의 배설물 형태를 옮겨 놓은 것이다. 더럽다고 인식되는 배설물은 알루미늄, 우레탄 페인트 등 전형적인 회화 재료의 특성을 통해 익숙한 미적 이미지로 포장된다. 작가는 묻는다. 예술에서 정의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4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을음 냄새가 훅 끼친다. 전시장 사방에 설치된 벽화 ‘메아리’(2015)는 작가가 미용실과 동물병원에서 수집한 개와 고양이, 사람의 털을 태워 만든 재로 벽면을 칠한 작품이다.

최씨는 “어린 시절 어른들이 다리 밑에서 개를 산 채로 매달아 털을 태우던 장면을 봤던 시각적·후각적 기억을 환기시키고 싶었다”며 “메아리는 과거의 소리가 지금 들리는 환청인데 과연 과거의 경험이 항상 좋은 기억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벽화 위에는 모노크롬 형식의 회화 두 점이 걸려 있다. 그중 ‘쓴 침’(2014)은 작가가 캔버스 위에 침을 뱉어 말린 뒤 방수 처리한 작품이다. 최씨는 “한국 단색화 1세대 작가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색화는 저항의 예술’이라고 얘기했는데 이는 역사 속 피 흘린 사람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한다”며 “현대미술의 패러독스와 허위의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최근 국내외 미술시장에 부는 단색화 열풍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한국의 단색화는 미국의 미니멀리즘과 일본의 모노크롬 등 남들이 만들어놓은 이론과 형식을 따라 한 것”이라며 “이게 시대정신이라면 젊은 세대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기업 삼탄이 운영하는 송은문화재단은 매년 주목할 만한 젊은 미술작가를 선정해 송은미술대상을 수여하고, 수상 작가에게 개인전 기회를 준다. 최씨는 제12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