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국 대통령만 알고 있는 미래의 비밀
#1.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비밀리에 손을 잡고 이란과 파키스탄에 공습을 감행했다. 이란은 핵무기 사용을 결정했고 미국은 중동에서 자국 병력을 철수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강대국들 사이에선 핵무기를 더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2.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인도의 부유한 가문 출신 젊은 청년이 치명적 바이러스를 구해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대량 복제한 뒤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래의 역습, 낯선 세상이 온다에서 제시하고 있는 가상 시나리오다. 기술의 발달과 세계 정치·경제 변화 등으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미 대통령에게만 보고된 2030 세계 대변혁 시나리오’다. 실제로 미국 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국가정보위원회(NIC)가 4년에 한 번 대통령 당선자에게만 보고하는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자원 기술 등의 거시적 동향과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였다. 책 첫장에 “이 책은 국가 비밀 정보 누설을 막기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검토를 받았다”고 나와 있다.

미래학자인 저자는 NIC의 전 수석 고문으로 가장 최근 발행된 보고서의 주요 정책 입안자이자 총괄 책임자다. 그는 세계 정치·경제 동향을 비롯해 인구 문제, 과학기술, 국제 분쟁, 테러리즘, 기후 변화 등 우리가 15년 뒤에 직면해야 할 세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그린다.

저자는 미래를 바꿔 놓을 네 가지 ‘메가 트렌드’를 제시한다. 먼저 ‘개인의 권한 확대’에선 진보한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가 탄생시킨 강력한 비국가 단체나 개인이 정부 권력과 맞서며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폭로로 세계를 들끓게 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나 소셜 미디어가 촉발시킨 ‘아랍의 봄’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 간 권력은 점차 분산되고 이동한다. 소련 붕괴 이후 세계 권력의 중심은 G7에서 G20로 넓어졌지만 이런 변화는 더 극적으로 일어나 2030년 무렵이면 아시아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북미와 유럽을 능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생명공학과 로봇공학도 중요한 변화 요인이다. 로봇공학으로 인간의 한계가 없어지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개별화된 맞춤 진료가 가능해지지만 윤리적 문제도 제기될 것이다.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자원 전쟁은 새로운 일상이 된다.

‘중진국의 문턱’에 걸린 중국의 미래, 과학의 진보와 규제가 산업계에 불러일으킬 긍정적·부정적 변화, 핵무기와 관련된 미래의 전쟁 가능성, 초강대국의 위치를 벗어난 미국의 미래 등은 ‘게임 체인저’로 꼽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변수가 발생시킬 수 있는 정치적 변화와 분쟁의 유무 등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말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선 2030년에 벌어질 수 있는 몇 가지 사건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사이언스픽션(SF) 소설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빌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가 직면한 피할 수 없는 변화를 기회와 선의 방향으로 조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책을 마무리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