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9주기 기념전
박승원 씨의 ‘멜랑콜리 1악장과 2악장 합주곡’.

박승원 씨의 ‘멜랑콜리 1악장과 2악장 합주곡’.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은 생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를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이름 지었다. 경기도가 백남준아트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확정한 2001년, 아픈 몸을 이끌고 건물이 들어설 땅을 직접 둘러보는 자리에서였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이 오래 산다’는 말의 의미는 그의 실험 정신이 오래도록 계승된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선생의 9주기를 맞아 그의 실험정신을 잇는 신진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지를 잇는 기획전 ‘2015 랜덤 액세스(임의 접속)’가 오는 5월31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계승한 신진작가 10명의 신작 2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김시원, 윤지원, 이수성, 김웅용,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서영란, 오민, 이세옥, 최은진 등이 참여한다.

전시 제목은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 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따 왔다. 오디오 카세트의 테이프를 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금속 헤드를 자유롭게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 내도록 한 작품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이 전시를 앞으로 격년제로 열 예정이다.

박승원은 색색의 긴 나무 막대기가 소주 박스 사이에 꽂혀 있는 ‘멜랑콜리 1악장과 2악장 합주곡’ 등을 선보인다.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으로, 관객들은 긴 막대기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돌아다니고 이런 우스꽝스러운 광경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흘러나간다.

양정욱은 나무 실 모터 유기발광다이오드로 만든 설치작품 ‘노인이 많은 병원’ 시리즈를 통해 일상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부실한 이로 음식을 먹으려 하거나 침침한 눈으로 뭔가를 볼 때,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 등을 시각과 움직임으로 표현해낸다.

차미혜는 영상 작품 ‘바다’ ‘김을 바라본다’ 등으로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40년간 영화관으로 사용되다 폐업한 청계천 바다극장의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유효기간이 지난 광고판, 낡은 선풍기, 의자와 사물, 그곳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김 과장의 일상을 담담히 좇는다. 1000~4000원. (031)201-8571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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