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산업 '토토가·미생'서 답 찾는다
한국 콘텐츠산업의 최근 키워드는 ‘복고’와 ‘일상’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최근 기획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를 통해 김건모, 터보, 쿨, 지누션 등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재조명했다. 한국 근대사를 다룬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은 누적관객 1100만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 1970’ ‘쎄시봉’ 등 1960~1970년대를 다룬 영화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상적 소재도 인기다. 비정규직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tvN 드라마 ‘미생’과 육아 생활을 소재로 한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대표적이다. 윤호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장은 “참신하고 새로운 콘텐츠보다는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 콘텐츠가 인기”라며 “일상적 소재와 소통·공감 콘텐츠가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성장, 저소득, 저수익률이 일상화된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월한 영웅이나 부·권력이 아닌 과거나 일상을 그린 ‘타협적 판타지’가 콘텐츠산업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민국 콘텐츠산업, 2015년을 전망하다’란 이름의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5년 콘텐츠산업 10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콘텐츠 큐레이션’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정보의 홍수에 빠진 대다수 현대인들은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햄릿 증후군’을 겪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안내형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취향에 맞는 영화나 웹툰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왓챠’, ‘라프텔’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서점과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소비자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정교화하고 있다. 최근 ‘미생’이나 ‘토토가’ 열풍도 방송사가 큐레이션한 제품의 성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콘텐츠를 즐기는 ‘스마트 핑거 콘텐츠’의 영향력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손가락 터치 하나로 간편하게 10분 안팎으로 감상할 수 있는 짧은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올해도 인기를 끌 것이란 분석이다.

콘텐츠 소비 방식도 ‘소유’에서 ‘접속’으로 변할 것으로 전망됐다. 동영상·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OTT(over-the-top·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제공) 서비스 증가에 따른 변화다. 미국의 넷플릭스나 훌루, 중국의 유쿠투더우, 한국의 티빙 등이 대표적 OTT 서비스다. 이들은 단순히 콘텐츠 유통에 그치지 않고 ‘하우스 오브 카드’(넷플릭스), ‘트랜스패런트’(아마존) 등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미디어산업 축이 전파에서 인터넷으로 바뀌고 있는 것.

그 외에도 기존 드라마·영화·책 등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핀오프(spin-off) 제작’ 증가, 스마트 디바이스와 콘텐츠의 접목, 한류 콘텐츠의 인기에 따른 ‘역(逆)직구’(해외에서 한국 쇼핑몰 제품 구입) 등이 올해 트렌드로 제시됐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