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침팬지도 나폴레옹·마키아벨리 못지않게 전략 짠다
현대 사회에서 전략은 일상 용어다. 국가나 대기업이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결정일 내려야 할 때뿐이 아니다. 소득 신고를 할 때나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전략이란 말을 심심치 않게 사용한다. 실제로 그런 일에도 전략을 세우고 접근하기도 한다. 오늘날 인간이 하는 활동 가운데 전략이 필요 없는 경우는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다.

[책마을] 침팬지도 나폴레옹·마키아벨리 못지않게 전략 짠다
전략 부문에서 세계 최고 석학으로 평가받는 로렌스 프리드먼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교수는 《전략의 역사》에서 ‘전략(strategy)’이란 단어가 전투 현장에서 장군이 구사하던 기술 혹은 계략이라는 의미에서 시작해 여러 도전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가장 좋을지 관심을 가지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개념으로 변천해온 과정을 설명한다.

프리드먼 교수는 서구를 중심으로 인간이 문명을 가진 이후에 있었던 거의 모든 전략의 역사를 다루며 ‘전략적’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여러 사고방식들을 역사적 차원과 맥락에서 고찰한다. 전략을 키워드로 역사학 문학 철학 군사학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철학 등 그야말로 온갖 학문의 광대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침팬지 집단과 원시 사회에서 전략적 행동의 몇 가지 기본적인 특징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갈등을 부르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전략적 행동은 적이나 동료로 구분되는 구성원들의 속성을 인식하고,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방법을 찾기 위해 충분히 많은 공감을 과시하며, 잔인한 무력뿐 아니라 속임수와 연합을 통해 목적했던 성공을 거둔다. 저자는 이런 특징들을 이론과 실제 현실이란 양 측면에서 살펴본다.

구약 성경과 고대 그리스 고전에 나타난 전략적 행동을 소개하고, 현재까지 전략에 대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키디데스와 손자 마키아벨리 등을 탐구한다. 이어 저자의 전공 분야인 군사 전략을 상술하고, 19·20세기의 혁명·정치 선거·경영 전략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모해 왔는지 고찰한다.

전략이란 용어가 서구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부터다. 나폴레옹이 전쟁을 벌이는 기간 전략은 클라우제비츠와 조미니란 뛰어난 이론가들에 의해 한층 더 큰 의미를 획득한다. 전략이란 개념은 조직의 관료화, 기능의 전문화, 사회과학의 성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발전했다. 전략이란 말이 널리 확산된 것은 경영과 관련된 문건을 통해서다. 조직의 계획과 정책을 ‘전략적’이란 단어로 묘사하면서 개인들도 최상의 선택을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전략을 계획, 즉 최종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미리 설정된 일련의 단계들과 동일한 것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람들은 전략이 바람직한 최종 상태를 염두에 두고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리 설정된 목적을 향해 질서 정연하게 나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는 “좋은 전략은 모든 불확실한 변수들이나 돌발적인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선명하게 인식하면서도, 각각의 연속적인 단계에서 기존의 가능성이 닫히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때마다 매번 상황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략 실행에서 염두에 둘 것은 시시각각 발전하는 상황을 유능하게 분석하고 다른 핵심 참가자에게 공감을 얻고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저자가 워낙 다양한 학문과 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다 보니 독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읽어보는 것만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활용되고 언급되는 전략에 대한 인식과 시각의 범위를 한층 넓혀줄 수 있는 책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