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례는
[출판시장 '빅뱅'…새 도서정가제] 獨, 발행 후 18개월 할인 금지…프랑스는 2년동안 최대 5%

출판사가 정한 가격대로 팔게 하는 제도인 도서정가제는 19세기 유럽에서 시작됐다. 영국 덴마크 독일 프랑스 등에서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으로 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판업자와 서적상들이 도서의 판매가격을 고정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현재도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륙에선 대부분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들 중에는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 14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권 국가들은 ‘자유 가격제’다. 박익순 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프랑스와 독일 등은 도서정가제를 지속 가능한 출판산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정책 도구로 보고 있다”며 “반면 영미계 국가들은 고정 가격이라는 개념 자체를 자유시장경제의 ‘경쟁 법률’에 모순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발행 후 일정 기간 동안 할인율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독일은 발행 후 18개월 동안 할인을 아예 못하도록 규정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은 발행 후 2년간 5% 이내에서 할인을 허용한다.

한국도 비슷한 형태다. 국내 도서정가제는 2002년 7월 ‘출판및인쇄진흥법’에서 첫 법제화한 후 여러 번 개정을 통해 현행 정가제로 정착됐다. 처음에는 발행 후 2년 미만 도서에 정가제를 적용했고, 온라인에서만 한시적으로 5년간 할인 10%를 허용하고 오프라인 서점에선 할인을 금지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거의 모든 신간을 10% 할인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2007년 7월에 오프라인 서점에도 10% 할인이 허용되고 적용 기간이 2년에서 18개월로 줄었다. 당시 영세했던 온라인 서점을 보호·육성한다는 취지였다. 이런 온·오프라인 간 차별적인 제도 운영은 이 기간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급성장하는 데 일조했다.

2005년엔 실용도서, 2007년엔 초등 학습서가 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2010년 판매가격 일부 적립(마일리지) 등 간접 할인을 9%까지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가면서 ‘최대 19% 할인’의 현행 정가제가 완성됐다.

하지만 현행 도서정가제는 할인율이 다른 국가보다 높고, 정가제 적용 예외가 많아 경쟁적 염가 할인 판매가 성행함에 따라 출판생태계를 붕괴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할인율을 15%로 줄이고, 정가제 적용 예외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새 개정 법률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대부분의 국가와는 달리 발행 후 적용 시한을 두지 않고 18개월이 지난 구간에도 정가제를 적용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다만 구간의 가치에 따라 출판사가 정가를 다시 매길 수 있게 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성행하는 구간의 ‘광폭 할인’ 판매 관행을 없애 온·오프라인 서점 간 구간의 가격 차이를 줄이려는 취지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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