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뜨기 2주 전까지 암병동에서 다듬은 작품
김종철 시인 유고시집 '절두산 부활의 집' 출간

지난 7월 작고한 김종철 시인의 유고시집 《절두산 부활의 집》(문학세계사)이 출간됐다. 지난해 7월 췌장암 진단을 받았던 고인은 병세가 호전되며 지난 3월 한국시인협회장에 당선되기까지 했으나 급작스레 다시 찾아온 병마를 끝내 이기지 못했다.

유고시집에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2주 전까지 암병동에서 다듬었던 유고시 ‘절두산 부활의 집’을 비롯해 미발표 유고시 37편과 그간 문예지 등을 통해 발표된 시 등 80편의 시가 담겼다.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분은 암 선고 이후부터 임종 직전까지의 심정을 담은 1부다. 절망과 고통, 순응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의 솔직한 언어가 마음을 울린다.

‘길면 6개월에서 1년/주치의 암 선고 들었던 날 밤/ 날 보아요/과부상이 아니잖아요/ 병실 유리창에 얼미친/ 한강의 두 눈썹 사이에 걸린/남편을 보며/ 애써 웃어 보이던 아내/ 그래그래 아직은 서로 눈물을 보일 수 없구나/ 아무리 용 써봤자/ 별수 없다는 것을/아는 당신과 나/’(‘언제 울어야 하나’ 부분)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정리하는 모습을 시인은 일생이란 마운드에 오른 투수로 비유했다. ‘부끄러운 내 욕망과 남루한 생의 옷가지/일생의 마운드에서/결코 교체되지 말아야 할 나는 패전 투수’(‘버킷리스트’ 부분)

2부에선 가슴 아픈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못의 이름으로 말한다. 시의 제목은 못에 관한 다양한 나라의 속담을 인용했다. 이어 3~5부에는 일상에서 발견한 시인의 시선, 성지순례나 여행에서 발견한 풍경, 삶 속의 그리움 등을 담았다.

정호승 시인은 “김종철 시인의 시 정신은 결국 사랑”이라며 “사랑은 고통과 죽음으로 완성되기에 이 시집은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평했다. 문정희 신임 한국시인협회장도 “지상에 마지막으로 피워 올리는 저녁놀처럼 뜨겁고 빛나는 시집”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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