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시인 유고시집 '절두산 부활의 집' 출간
유고시집에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2주 전까지 암병동에서 다듬었던 유고시 ‘절두산 부활의 집’을 비롯해 미발표 유고시 37편과 그간 문예지 등을 통해 발표된 시 등 80편의 시가 담겼다.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분은 암 선고 이후부터 임종 직전까지의 심정을 담은 1부다. 절망과 고통, 순응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의 솔직한 언어가 마음을 울린다.
‘길면 6개월에서 1년/주치의 암 선고 들었던 날 밤/ 날 보아요/과부상이 아니잖아요/ 병실 유리창에 얼미친/ 한강의 두 눈썹 사이에 걸린/남편을 보며/ 애써 웃어 보이던 아내/ 그래그래 아직은 서로 눈물을 보일 수 없구나/ 아무리 용 써봤자/ 별수 없다는 것을/아는 당신과 나/’(‘언제 울어야 하나’ 부분)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정리하는 모습을 시인은 일생이란 마운드에 오른 투수로 비유했다. ‘부끄러운 내 욕망과 남루한 생의 옷가지/일생의 마운드에서/결코 교체되지 말아야 할 나는 패전 투수’(‘버킷리스트’ 부분)
2부에선 가슴 아픈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못의 이름으로 말한다. 시의 제목은 못에 관한 다양한 나라의 속담을 인용했다. 이어 3~5부에는 일상에서 발견한 시인의 시선, 성지순례나 여행에서 발견한 풍경, 삶 속의 그리움 등을 담았다.
정호승 시인은 “김종철 시인의 시 정신은 결국 사랑”이라며 “사랑은 고통과 죽음으로 완성되기에 이 시집은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평했다. 문정희 신임 한국시인협회장도 “지상에 마지막으로 피워 올리는 저녁놀처럼 뜨겁고 빛나는 시집”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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