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A&B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 9월24일 경남대 예술관에서 오케스트라 창단식을 열고 기념촬영했다. 이날 창단식에 최재호 경남메세나협의회 회장(둘째 줄 오른쪽 일곱 번째), 차문호 한국문화예술발전연구원장(첫 번째), 허준 진주시립교향악단 부수석(앞줄 왼쪽 다섯 번째), 교육강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경남메세나협의회 제공
경남 A&B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 9월24일 경남대 예술관에서 오케스트라 창단식을 열고 기념촬영했다. 이날 창단식에 최재호 경남메세나협의회 회장(둘째 줄 오른쪽 일곱 번째), 차문호 한국문화예술발전연구원장(첫 번째), 허준 진주시립교향악단 부수석(앞줄 왼쪽 다섯 번째), 교육강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경남메세나협의회 제공
“지휘봉이 하늘을 향하는 순간 마법처럼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지난 9월24일 창단한 경남 직장인 1호 오케스트라 ‘경남 A&B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고 있는 도원경 씨(37·트럼펫)는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이같이 표현했다. 도씨는 “소리가 다른 악기에서 멋진 하모니가 울려 퍼질 때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냈다’는 성취감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고 말했다.

창원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센트랄에 다니는 도씨를 비롯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38명 단원 모두 창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다니는 직장도 제각각이다. 무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인맥 쌓기, 음악을 전공했지만 다른 일을 하는 직장인의 미련 등 동기도 다양하다.

제2바이올린 파트원으로 한국코오베용접에서 일하는 김상진 씨(여·29)는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음악이라는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자신감과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태어나서 처음 악기를 잡았지만 지금은 바이올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6월 최재호 무학 회장이 경남메세나협의회 회장을 맡고 음악분야 메세나 사업으로 도내 직장인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단을 결성하면서 발족했다. 주최 측인 경남메세나협의회가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하고 한국문화예술발전연구원이 음악지도를, 센트랄그룹(회장 강태룡)과 경남대가 교육에 필요한 재정과 교육 장소를 지원하고 있다.

A&B는 예술(art)과 기업(business)을 결합한 뜻이다. 최 회장은 “음악을 매개로 서로 다른 업종의 직장인들이 만나 이해와 배려로 함께 하모니를 이루고 여기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아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은 경남대 예술관에서 7월2일 첫 교육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가량 지휘자, 파트별 강사와 함께 교육 및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강도 높은 연습을 소화하기 위해 일과 후, 휴일 등을 이용해 파트별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휘를 맡고 있는 허준 진주시립교향악단 부수석은 “7월 한 달간은 파트를 나눠 기초연습을 진행했고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단체 합주연습을 하고 있다”며 “아직 기본기 위주로 소리를 내는 정도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결성 3개월 만인 9월24일 연습실에서 공식 창단식과 창단기념 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연주회에서 단원들은 그동안 연습한 ‘가브리엘 오보에’ ‘위풍당당 행진곡’ 등 두 곡을 연주했다. 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 3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1회 정기연주회를 열고 10여개의 연주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차문호 한국문화예술발전연구원장은 “부족한 실력이지만 단원 모두가 열심히 연습해 두 달 남짓 남은 정기연주회에서 프로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하겠다”며 “정기연주회 이후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공연과 기업을 위한 사내음악회 등을 열어 재능기부 문화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려면 20여명의 단원이 더 필요하다”며 “악기는 본인이 구입해야 하지만 무료 교육인 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